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단독]검사 출신 한석훈 기금위원 “국민연금, 복지부가 지시하면 따라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한석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논문을 게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위원은 이 논문에서 “보건복지부가 정당한 지시나 지도를 한다면 공단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전문적·자율적 관리·운용을 부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 위원은 2019년 법조협회 저널에 올린 ‘연기금의 주주 의결권행사와 배임죄-서울고등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노1886 판결’ 제목의 논문에서 “피고인(홍 전 본부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투자위원회에 근거가 불충분한 합병시너지 산정결과를 설명하게 하고, 일부 투자위원회 위원에게 ‘합병 찬성’ 표결을 권유한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와 배임죄라는 판결의 판결이유에는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다수”라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고법은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홍 전 본부장에게 합병시의 조작된 손익수치를 투자위원들에게 설명하게 하고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 투자위원회 위원 일부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지시한(배임)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터였다.

한 위원은 논문에서 국민연금이 복지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기관이며, 문 전 장관의 지시가 ‘부당한 압력’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홍 전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의 본부장이자 투자위원회위원장으로서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며 “그러나 기금운용의 독립성 원칙이란 기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위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및 유동성의 4대 원칙이 다른 목적에 의하여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일 뿐이며, 기금의 관리·운용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그 위탁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지시나 지도를 한다면, 공단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 국민연금 투자위원들이 ‘합병 찬성’에 표를 던진 행위가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홍 전 본부장의 회유와 홍 전 본부장이 허위보고한 합병시너지 산정 결과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입증도 부족하다고 했다. 양사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경제적 손해를 본 것이 맞는지, 홍 전 본부장이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라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등도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두 사람의 유죄를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고 전문적, 자율적 관리·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켜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을 야기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법원도 이 판단을 받아들인 셈이다.

국민연금의 전문적·자율적 관리·운용을 부정하는 듯한 한 위원의 인식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업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커 보인다. 한 변호사가 맡은 상근 전문위원은 8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자문·주도하는 자리다.

한 위원을 두고 코드인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위원은 강한 ‘친검 성향’을 띄어왔다. 2020년 공석이던 야당 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새 후보 추천권을 달라”며 회의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원에는 ‘공수처장 후보추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각종 토론회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하라”고 하는 등 반노동 색채도 뚜렷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신입 채용’은 공정했을까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