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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금융지주 회장 모조리 물갈이됐는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4연임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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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카카오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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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의 압박으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4연임을 하며 9년 장기 집권에 성공할 전망이다. 윤 대표가 재선임된다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주요 금융사 CEO의 ‘연임 잔혹사’를 비껴가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 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윤호영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윤 대표는 최종 선임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윤 대표에 대한 차기 대표 후보 추천안은 임추위원장인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를 비롯해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등 임추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다.

윤 대표는 카카오 모바일뱅크 태스크포스팀(TFT) 부사장을 맡아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카카오뱅크를 이끌어왔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 체제로 출발했으나 2020년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윤 대표는 이듬해 연임에 또 한 번 성공해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연임에 성공하면 9년 동안 카카오뱅크를 이끌게 된다.

윤 대표의 연임은 불확실했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 CEO의 장기집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CEO 선임 절차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 변수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연임을 노렸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당국의 압박에 사실상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의 뜻을 밝혔다.

금융권에선 윤 대표 연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보고 있다. 우선 지배 구조상 명확한 최대 주주가 있다. 또 윤 대표 재임 기간 호실적을 거둔 데다가 제한 없는 연임 규정 영향도 있다. 또 카카오뱅크가 다른 주요 금융지주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금융사인 점과 시중은행이 아닌 금융플랫폼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27.17%)다.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5.66%) ▲KB국민은행(4.9%) 등이 주요 주주로 포함돼 있다. 주요 금융지주가 다수 외국인 주주와 국내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소유가 분산돼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와 한국투자증권이 1·2대 주주로서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인 없는 회사’라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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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5만3700원 대비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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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카카오뱅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카카오뱅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9년 137억원 ▲2020년 1136억원 ▲2021년 2041억원 ▲2022년 2631억원으로 상승세다.

카카오뱅크 임추위는 윤 대표를 차기 대표로 추천한 이유와 관련해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하며 ‘26주 적금’, ‘모임통장’ 등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 데 기여했다”며 “출범 1931일 만에 2000만 고객 달성, 전 세계 인터넷은행 최초 기업공개(IPO), 누적 영업이익 7460억원 달성 등을 통해 최적의 후보자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카카오뱅크는 통상적인 주요 금융지주와 달리 대표이사의 연령이나 연임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일례로 BNK금융지주는 대표이사 연임이 1회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KB금융지주의 경우 경영승계 규정에 따라 회장 선임 및 재선임 시 연령은 만 70세 미만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금융지주들은 이해관계 상충을 막기 위해 내부규범 등을 통해 별도로 지주 및 계열사 임추위에 당사자가 포함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이 규정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은행·보험·증권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가 아닌 신생 은행에 속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면서도 “CEO 재연임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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