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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회사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세요”…제조업계, 2030 인재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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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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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계열사 직원 A 씨(36‧여)와 남편은 사내 부부다. A 씨는 2일부터 경기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 마련된 직장 어린이집(드림보트)에 두 자녀(5세, 3세)를 맡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출‧퇴근을 할 수 있어 민간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A 씨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빨리 대처할 수 있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2030 젊은 인재 확보가 시급한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직장 어린이집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명(2022년 기준)’이란 저출산 원인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불만들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 정기선 “나도 두 아이 아빠”…직원 반응 뜨거워

HD현대는 9일 경기 판교 신사옥 내 직장 어린이집 개원식을 열었다. 한국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 등 17개 계열사 사무직 및 연구개발(R&D)인력이 모인 GRC 1~2층에 자리 잡은 어린이집의 연 면적은 2200㎡(672평)에 달한다. 두개 층에 걸쳐 14개 보육실과 6개 놀이공간으로 구성된 이 어린이집의 수용 가능한 정원은 국내 최대 규모인 300명.

어린이집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HD현대가 GRC 건립과 함께 ‘일하고 싶은 직장 문화’ 확립을 위해 가장 큰 공(功)을 들인 사내 복지 정책 중 하나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이날 개원식에 직접 참여해 “(저 또한)두 아이의 아빠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라며 “특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육아로 고생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HD현대 소속 구성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만 0~5세 자녀를 둔 임직원은 추첨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귀가가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최장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는 점이 특히 장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HD현대에 따르면 어린이집 모집 전체 경쟁률은 평균 1.6대 1, 만 0세 반은 2.9대 1에 달했다.

● 전체 어린이집 줄지만, 직장 어린이집은 ‘증가세’

자동차, 철강 등 다른 제조 업계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서울 양재동 사옥 인근 직장 어린이집을 기존 1055㎡에서 1520로 확장했다. 거의 1.5배로 넓힌 것이다. 보육아동의 정원도 이에 맞춰 62명에서 105명으로 증원했다. 포스코는 2020년 서울 대치동 사옥에 제2 어린이집이 개원하며 기존 대비 보육 아동수가 3배 이상으로 늘렸다. 그해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협력사 임직원 자녀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형 어린이집도 개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 수는 3만 923개로 집계됐다. 2018년 3만 9171개보다 8248개(21.1%) 줄었다. 이 기간 직장 어린이집은 1111개에서 1291개로 오히려 180개(16.2%) 늘었다.

제조업은 젊은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제조업 근로자 연령대별 비중에서 30대는 2010년 31.9%에서 2021년 26.4%로 5.5%포인트 줄었다. 반면 50세 이상은 18.9%에서 31.9%로 늘었다. 직장 어린이집 확대에는 이러한 인력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사내 어린이집만큼 도움 되는 복지는 없다”라면서 “다만, 중소·중견기업들에게까지 직장 어린이집이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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