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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G7 정상회담

"우리만 동성결혼 안 돼"…G7 의장국 된 日, 빗장 열까 [dot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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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편집자주]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 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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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일본 도쿄에서 원고, 변호사, 지지자들이 동성 결혼의 합헌성을 판결할 법원으로 향하면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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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이 최근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처음 인정해 동성커플에 대한 사회적 인정 문제가 관심을 모은 가운데, 일본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포용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개최(히로시마)하기에 앞서 동성결혼 승인 법안이 제출되면서다.

G7 국가들 중 유일하게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지만 이제 국격에 맞게 동성커플에 대한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고 다른 회원국의 눈높이에 맞춰 고루한 관행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 여론조사에서 이미 국민의 70%이상이 동성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 만큼 아시아 국가 중 번째로 동성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될지 주목된다.


"동성혼 인정하면 나라 떠나?" 차별 논의 불지핀 기시다의 남자

지난 6일 일본의 제1 야당은 오는 5월 G7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전 동성혼을 승인할 것을 촉구하며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연립 여당(자민당과 공명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앞서 성소수자 차별을 불법화하는 방안조차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에 사실상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 헌법은 "결혼은 양성의 상호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 여론은 어느 때보다 호의적이다. 아사히신문의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무려 72%가 동성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시다 총리의 비서관이 동성 커플에 대한 반감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해임된 후 여론은 성 소수자의 편으로 더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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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일 (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D-134 전광판 옆에 서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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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아라이 마사요시 전 비서관은 동성혼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에 "비서관들도 모두 반대"라며 자신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 이어 "동성 결혼을 인정하면 나라를 버리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비서관은 해임됐고 기시다 총리는 "정권 방침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켜 유감"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어진 해프닝은 전세계 해외 언론을 도배했다. 일본의 낮은 성평등 수준(세계 116위)이 다시 회자됐음은 물론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본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국제적으로 하위권이라며 'Think Gender 2023' (성에 대해 생각하라) 연재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뒤늦게 LGBT(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이해증진법안'이 성립하도록 집권 자민당에 법안 조정을 지시했지만 당내 움직임은 여전히 둔하다. 자민당 내부에선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당론을 이분화하는 논의를 선거 전에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동성혼 반대가 아베의 유산? 국민 72%가 찬성하는데…

또한 기시다 총리 자신도 동성혼에 대해선 이해증진법안과 달리 선을 긋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주에도 동성부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국가에 의한 부당한 차별이 아니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또 "동성혼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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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국가 현황. 빨간색으로 칠해진 나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019년 유일하게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자료=프리덤투매리글로벌(Freedom To Marry Gol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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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2019년에도 이해증진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 보수파 최대 실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이해증진법안에 대해 "차별이나 편견을 인정할 생각은 없지만 법을 정비할 필요는 없다. 개미 구멍(큰일을 망칠 수 있는 작은 실수라는 뜻)이 된다"고 부정적 뉘앙스로 언급했다고 한다.

의회가 잠자고 있는 사이 일본 전역의 지방법원에서는 동성혼 금지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10쌍 이상의 동성커플이 소송을 제기했다. 삿포로 지방법원은 2021년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도쿄 법원이 "동성 파트너를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은 것이 '위헌적 상황'을 야기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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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태국의 한 LGBTQIA+(성소수자) 커플이 방콕의 두싯지역에서 상징적으로 혼인 신고를 진행한 가운데 커플링을 보여주고 있다. 태국 정부는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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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선 동성커플의 권리를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됐다. 도쿄에 근무하거나 거주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파트너 관계를 증명하거나 선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도쿄에 집을 사거나 도립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이성부부와 같은 혜택을 받는다. 파트너십 제도는 일본 255개 지자체(올해 1월 기준)에 적용되고 있다. 동성커플의 아이를 포함한 패밀리십을 인정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여전히 혼인의 법적 효력은 없다.

동성혼 승인 법안을 낸 입헌민주당의 니시무라 치나미 대표 권한대행은 "동성 커플이 아닌 이성 커플에 대해서만 법적으로 결혼이 인정된다면 차별"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국가 이미지 개선 노력이 G7용 반짝 안건으로 끝날지, 대만(2019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이 허용되는 이변이 빚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33개국이다. 아시아는 대만이 유일하지만 보수적인 싱가포르가 지난해 12월 동성 간의 성 관계 금지법을 폐지하는 등 변화 조짐은 보인다.


동성커플 건보 피부양자 자격 첫 인정 판결…갈 길 먼 한국

성소수자의 권익 면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도 G7 기준에 더 떨어져 있다. 우리 법원은 지난달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지난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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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결혼 5년차 동성커플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소성욱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건강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커플은 선고 직후 "차별과 혐오가 아닌 사랑이 이겼다"고 밝혔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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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소씨와 배우자 김씨가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며 "건보공단이 이성관계의 사실혼 배우자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대우"라고 판시했다. 또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대상이 돼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부가 진일보한 판결을 내렸지만 갈 길이 멀다. 건강보험 가입 자격에 한정된 판결이라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와는 별개다.

국민의 72%가 동성혼을 찬성하는 일본과 달리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히 배타적이다. 제정 11주년을 맞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 위기에 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조례 제1절 제5조는 '성적 지향'을 포함해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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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3.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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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를 추진하는 쪽은 이 조례에 따른 차별금지 교육으로 인해 청소년의 성전환과 에이즈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서울시의회에 6만4347명의 서명이 담긴 폐지 청구가 수리돼 추후 서울시의회에서 가결되면 조례가 폐지된다. 서울시의회는 112석 중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 의석이 76석(68%)에 달한다.

해당 조례는 두발·복장 규제와 처벌 등 수십년간 당연시됐던 비인권적 관행을 깨는 데 일조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례가 폐지되면 이를 근거로 설립된 학생인권 침해 구제기구들이 없어져 학생들이 구제받을 길이 사라진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에 UN(국제연합)이 우려를 표하며 한국정부의 입장을 묻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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