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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원전사고 12주년인데…방사능 위험 '가짜뉴스'라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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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12주년…후쿠시마 재조명

"뜬 소문에 후쿠시마 피해본다" 日 정부 나서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어제로 12주년이 됐습니다. 수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남겼던 만큼 일본 언론도 피해자 인터뷰나 재해 피해를 예방하자는 등의 기사를 많이 쏟아냈었는데요. 여기에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한 후쿠시마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전 방위로 나서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올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는 '풍평피해'를 막자는 이야기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피해를 보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입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이 후쿠시마와 관련한 풍평피해에 왜 힘을 싣는지,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풍평피해(風評被害)는 사실무근의 가십이나 루머가 확산돼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풍평피해 사례의 전형으로 후쿠시마를 꼽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로 사람들이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아예 사지 않게 됐고, 이 때문에 후쿠시마에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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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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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평피해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와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에 대처하겠다며 '풍평대책기금' 300억엔(2880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에는 2주일간 '후쿠시마 오염수의 과학적 안전성을 알리겠다'며 TV 광고와 신문 광고를 게재하는 전국적인 홍보활동을 펼쳤습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대신이 직접 출연하는 영상부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원전 앞 바닷물과 희석해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 미만으로 만들어 방류할 계획인데, 이 때문에 TV 광고에는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뭐야?" "정말로 안전해?" "바다에 흘려보내도 괜찮나?"라는 대사 나옵니다. 그리고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가 국제 기준보다 낮으니 안전하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ALPS 처리수에 대해 모두 알아가자. 생각하자”라고 광고를 마칩니다.

이 밖에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며 부정적인 이미지 지우기에도 나서고 있죠. 이 때문에 언론끼리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아사히, 도쿄신문 등 일본 진보 매체들은 기사에 '오염수'를 사용하는데요, 극우 매체들은 사설 등에서 "풍평피해에 언론이 가담하고 있다"며 이들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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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도 정부의 이런 기조에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NHK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며 인식 개선 캠페인과 인식 개선 여론조사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NHK는 이번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풍평피해에 대해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지를 보도했는데요. 해당 기사에서 “후쿠시마현에서는 원전 사고 후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가 기준치를 계속 밑돌고 있는데 농·수산물이 여전히 팔리지 않는다”며 “풍평피해가 불식되지 않아 관계자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정책으로 현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후쿠시마 복숭아’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방사능’, ‘세슘’ 등의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판매하는 곳’, ‘통판’ 등의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했죠. ‘후쿠시마 쌀’과 관련해서는 ‘방사능’은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새로운 후쿠시마 쌀 품종이 등장하면서 ‘브랜드’ 등의 단어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일본 내부에서 후쿠시마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여전하다는 것이 반대로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물고기의 경우 ‘방사능’, ‘기형’, ‘오염’ 등의 부정적 단어가 여전히 상위권에 있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3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났는데요, NHK는 “자녀가 있거나 가정이 있는 경우 안전을 더 중시하는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처리수의 바다 방출이 임박해 관계자들 사이에 새로운 풍평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얼마나 안전성을 효과적으로 호소할 수 있을지가 대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오염수 방류로 지금의 피해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쿄전력이 오염수 측정 대상인 방사성 핵종 64개 중 31개만 농도를 측정하겠다고 하면서 여전히 의심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일본 정부가 자국민 불안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이 불안감을 단순히 ‘뜬소문에 의한 피해’라고만 규정지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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