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광견병 예방 위해 퇴치 나섰지만 기확산 지역은 소용없어
"예방적 개체수 관리 및 광견병 백신 접종 등 종합 대책 세워야"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전했다. 남미에서 발견되는 흡혈박쥐는 소 같은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데, 이 흡혈박쥐가 광견병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고 있다. 많은 동물들이 흡혈박쥐에 물린 후 광견병에 걸려 폐사하고 있고 농부들에게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끼친다. 심지어 사람들도 흡혈박쥐나 다른 동물들에게 물려 광견병에 감염되는데, 말기까지 방치될 경우 치료가 어려워 공중 보건에도 위협 요소가 된다.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은 광견병 확산을 막기 위해 '뱀파이어리사이드(vampiricide )'라고 불리는 독성 물질을 사용해 흡혈박쥐 퇴치에 나서왔다.
박쥐.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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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페루에서 이같은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실시했다. 흡혈박쥐 퇴치 정책이 시행된 전후 2년간 페루 내 3개 지역에서 동물들의 혈청을 채집해 광견병 바이러스 감염률과 유전자 시퀀싱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광견병 확산 전인 곳에선 흡혈박쥐 퇴치 작업이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흡혈박쥐 개체 수 감소로 광견병 바이러스 전파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단 발병이 시작된 지역에서는 흡혈박쥐 퇴치와 상관없이 광견병에 전염돼 죽는 동물들이 속출했다. 즉 흡혈박쥐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광견병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보건 당국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반응성 도태(Reactive culling)' 방식의 방역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흡혈박쥐들이 퇴치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고 이동하는 바람에 기존의 서식 지역을 벗어나면서 오히려 광견병 바이러스 확산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흡혈박쥐 도살은 광견병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이번 논문은 좀 더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했고 도태 정책의 효과에 대한 포괄적인 고찰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니엘 스트라이커 글래스고대 교수는 "마치 산불처럼 한쪽의 불씨를 끄려고 하면서도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불씨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면서 "광견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적 도살을 통해 흡혈박쥐의 개체 수를 줄이고 광견병 백신을 보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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