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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美 'SVB 후폭풍'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국내 금융권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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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이용안 기자, 김상준 기자] [SVB 파산 이어 뉴욕 시그니처은행도 연쇄폐쇄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필요시 안정 조치"

국내은행 예대업무 위주, 유가증권 18% 불과

국내 전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100%초과]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관련 국내외 금융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3.3.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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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긴축과 가파른 금리 상승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이 연쇄 파산했지만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과 건전성이 양호한 데다 파산한 두 은행과는 영업구조와 자산 운용 방식도 달라서다. 다만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각각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재의 간부회의를 열어 SVB 파산과 시그니처은행 폐쇄와 관련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이날 은행장 주재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자체 점검하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동성 및 건전성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손실흡수 능력, 유동성 사정이 양호하고 SVB와 시그니처은행과는 영업과 자산부채 구조가 완전히 다르므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VB는 벤처캐피탈이나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이고, 시그니처은행은 뉴욕·코네티컷·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 자산 업무를 수행해 온 은행이다.

SVB는 주요 고객인 벤처·스타트업이 예치한 거액의 기업예금(예금자보호대상 상회 예금이 87.6%)을 미국 국채 등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해 예금이자를 지급해 왔으나 고강도 긴축과 금리상승으로 대규모 채권 손실이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유동성 긴축에 돈줄이 막힌 벤처·스타트업들이 예금 인출에 나섰고 은행 유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고갈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SVB의 특수한 영업 구조가 긴축과 금리상승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는 은행과 비은행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르고 일시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권역별 리스크 점검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은 예대업무 위주여서 유가증권 운용 비중이 총자산의 18%에 불과하다. 국내 은행은 모두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100%를 넘고 외화 LCR도 10일 기준 143.7%로 유동성 상황이 양호하다.

인터넷은행은 예금자보호(5000만원 한도)가 가능한 소액·소매자금(1인당 평균 약 200만원)으로 자금조달이 이뤄져 단기간 내 자금이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SVB는 약 40시간 사이 대규모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문을 닫았지만 국내 인터넷은행은 예치자금 성격과 규모가 다르고 예금 보호도 가능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비율이 각각 177.1%, 385.4%, 202.3%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은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크지만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IFRS 17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며 "증권사의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긴축 속도와 강도가 줄면 국내 경기에 되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읽힌다. SVB 등의 파산 사태가 결과적으로 고물가 대응을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오는 21∼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로 낮추고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말에 이어 오늘 은행 전반적으로 (SVB 파산의) 영향이 없는지 점검했는데 현재까지는 직접 영향은 없다"며 "다만 파급이 있을 수 있어서 당분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간 주도적으로 금리를 올린 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덕분이었는데 은행 파산으로 금리 상승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위기지만 미국 금리 인상 폭이 줄고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경기나 금융시장 안정화 측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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