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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SVB 사태] 인터넷·저축은행, ‘디지털 뱅크런’ 노출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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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현지 시각)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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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엄습했다. 국내 시중 은행으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선불업자의 경우 예금 보호 제도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SVB 사태 발생 후 금융권 리스크를 점검해보니 인터넷은행의 경우 1인당 평균 예금액은 200만원대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보다 큰 5000만원이고, 인터넷은행의 경우 자금조달이 소액 또는 소매자금으로 이뤄져 단기간 내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SVB은행이 36시간 만에 파산한 원인으로 제기된 ‘디지털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은행 거래를 하는 고객이 크게 늘면서 예금 인출이 쉬워졌고, 이 때문에 파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SVB가 9일 영업을 마감할 때까지 고객들은 420억달러를 인출하려고 시도했고, SVB는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국내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회사의 연쇄 부도,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뱅크런이 나타났다. 만약 한국에서도 또다시 위기가 발생한다면 SVB 사태와 비슷한 디지털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실·금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뱅크런 리스크에 더 노출돼 있는 곳으로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꼽혔다.

완전 비대면 금융기관인 인터넷은행은 문제가 생겨도 찾아갈 수 있는 영업점이 없고, 그러다 보니 예금자 동요를 포착하기 쉽지 않다. 또 고객상담센터 위주로 소비자 대응을 하다 보니 문의가 몰릴 경우 소화를 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카카오 화재 사고,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장애 등 전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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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조선DB



국내 중소형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SVB가 고위험 벤처기업에 집중했던 것처럼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난해 저축은행 상위 10개 사의 부동산 PF대출은 4조5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2%(1조575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도 악화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8% 이상의 BIS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 전체의 BIS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2.88%로, 1년 전(13.82%)보다 0.94%포인트 떨어졌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를 비롯한 선불업 등 비은행 업종에 예금 보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불업자들은 플랫폼에 충전된 고객의 돈을 신탁(90%)과 은행 예치금(10%)으로 나눠 보관하고 있다. 신탁으로 운용되는 자산은 예금 보호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 예치금은 예금 보호 대상이나, 명의자가 선불업자로 돼 있어 고객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SVB 사태가 국내 은행 등 금융권에 직접적으로 끼칠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일부 업권의 경우 특정 분야에 치우친 영업구조와 금리 인상 환경 등 SVB와 상황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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