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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경기침체보다 고물가 진화 시급”…ECB, 여섯번째 빅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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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 9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24.4% 내려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긴급 자금지원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CS 본사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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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악재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번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발(發) 위기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CS는 골드먼삭스·JP모건 등과 함께 세계 9대 투자은행(IB)으로 꼽히는 곳이다. 자산관리 규모가 SVB의 7배 수준인 만큼, CS가 흔들린다면 세계 금융권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현지시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3.5%로 올렸다. CS 등의 위기로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진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CS 사태 이전까지 ECB는 이번에도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지난달 회의에서 “물가 상승 압박을 고려해 3월 회의에서도 0.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8.5%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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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서 CS의 위기 원인은 뱅크런으로 파산한 SVB와는 다르다. CS는 2년 전 한국계 빌 황이 대표로 있는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44억 스위스프랑(약 6조218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여기에 지난해 탈세 및 돈세탁·세금 사기 등 부패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이런 영향에 지난해 4분기에만 총 1104억 스위스프랑(156조669억원)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 2월에는 총 72억9000만 스위스프랑(10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특히 이날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의 자금 지원 불가 방침까지 알려지면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4.24% 하락하며 역사상 최저가로 마감했다.

다행히 스위스 중앙은행이 움직이며 급한 불을 껐다.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70조3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하기로 긴급 발표했다. CS 안정화를 위해 분사 및 경쟁 IB인 UBS 그룹에 매각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CS같이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언제든 은행 위기가 또 나올 수 있다. 최근 위기의 근본 배경인 주요국의 과잉 긴축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SVB와 CS의 위기는 자산 투자 실패 등에서 불거진 것인데, 그 배경에는 고금리 정책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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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


이날 ECB의 금리 결정은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Fed)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이번 CS 사태 이후 Fed가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떨어졌고, 0.25%포인트 인상 또는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뚜렷한 하락 없이 긴축 기조를 풀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권의 위기감이 커지자 경기 침체 없는 ‘노 랜딩(No landing)’ 전망도 ‘깊은 침체(deep recession)’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터넷은행 및 저축은행이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커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 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우려에 자금 경색과 경제 침체가 오면 부동산PF에 투자한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주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도 연체율 리스크 문제 등이 추가로 부각할 수 있다.

김남준·배정원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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