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나무 진액 굳어지며 생성
활성산소 줄여 뇌 손상 막고
‘면역세포’ 대식세포 활성화 도와
일반적으로 전통 약재는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내포한다.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천연물이라는 특성까지 더해 지금도 우수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전통 의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침향(沈香)은 예외다. 기존에 알려진 효능은 기력 회복과 심신 안정이다. 효과가 탁월해 여전히 두루 처방된다. 침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최근 잇따른 연구를 통해 핵심 성분이 뇌 손상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증진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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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은 원래 침향나무가 분비하는 나뭇진이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침향은 약재로서의 가치를 지녔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침향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한다”고 했다. 중국의 다양한 의서에도 침향의 효능과 용도는 잘 명시돼 있다.
침향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침향의 뇌 손상 보호 효과를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실리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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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정신 평안하게 한다”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우선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한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했다. 그리고 각 그룹에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한 뒤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한 일반 쥐 그룹과 달리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면서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침향의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예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듬해에는 면역 증진 효과도 확인됐다. 동의대 항노화연구소, 동의대 한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공동 연구진은 2021년 7월 생명과학회지에 침향의 면역 증진 효과와 기전을 설명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정글 지역에서 수집된 침향 2종(Aquilaria malaccensis)을 감압·농축해 얻은 추출물로 쥐의 대식세포를 처리한 뒤 24시간 동안 배양하고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침향 추출물의 처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대식세포에 긴 방추형 사상위족이 생기는 것이 확인됐다. 대식세포의 이런 변화는 ‘공격형 대식세포’로 불리는 M1 표현형으로 분극화한 것을 말한다. 특히 M1 표현형이 생기는 것은 인체가 면역계 자극을 통해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통한다. 연구진은 “2종의 침향 추출물 모두 홍삼 추출물 대비 저농도에서도 M1 표현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또 대식세포의 식작용 활성이 침향 추출물 처리 농도에 따라 증가하고, 10㎍/mL로 처리된 경우 대식세포의 식작용이 종에 따라 각각 2.6배, 1.5배 증가한다는 사실과 침향 추출물이 염증성 매개인자와사이토카인 생성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는 침향의 면역 증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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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천차만별, 꼼꼼히 따져야
다만 침향 관련 제품을 선택할 땐 품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관리 수준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침향의 경우 국내 품질 관련 기준이 엄격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국내에서 침향 품질을 담보하는 규격은 약전에 담긴 것이 거의 유일하다.
약전에서는 침향의 규격에 대해 건조 함량 8% 이하, 회분 2% 이하, 묽은 에탄올엑스 18% 이상, 납(5ppm)·비소(3ppm)·수은(0.2ppm)·카드뮴(0.3 ppm) 등 중금속 함량 상향 기준 등만 규정한다. 품질 선별 기준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최소한의 안전 기준에 가깝다. 결국 똑같이 침향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도 제조 및 관리 공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침향 제품을 구입할 때는 약전 기준 외에 자체 기준과 별도의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거치는지 확인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도움된다.
류 장훈 기자 hj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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