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중저신용자 연체율 3배 급등…건전성 우려 확산에도
당국 "중저신용자 포용 설립 취지 되돌아봐야…위험 관리 능력 중요"
인뱅업계 "당국, 특화은행 사례로 SVB 꼽았는데…특화 영역 의구심↑"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제4차 실무작업반' 회의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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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 22일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권은 이번 논의에서 당국이 인터넷은행이 요구한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 의무 비중 완화'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데 주목했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영국 챌린저뱅크처럼 특화된 전문 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보다는 관련 대출 확대에 따른 위험 관리 능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간 인터넷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금리 대출 의무 비중 완화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은행 중금리 대출 의무 비율은 2021년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목표치가 이미 정해져 있다. 올해 말까지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는 32%, 토스뱅크는 44%로 해당 대출 비중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그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상품 금리도 덩달아 올라 중저신용자 연체율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 대출(연체 기간 1개월 이상) 잔액은 2915억91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말(106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은 당국의 중금리 대출 비중 유지 결정이 건전성 관리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을 설립한 바 있으며 각 업체 역시 출범 당시 사업계획서를 통해 중저신용자 포용을 포부로 내세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인터넷은행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설립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 은행에 비해 비용 절감, 새 혁신기술 개발·도입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인터넷은행업계는 이번 논의대로 정책 방향이 흘러간다면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례없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권의 금리 경쟁 유도를 위한 중저신용대출 잔액 목표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서는 급격한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화 전문 영역에 나선다고 해도 얼마나 큰 수익 창출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당국이 이달 초 특화 은행 사례로 들었던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 사태에 이르면서 특화 영역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인터넷은행업계는 '인터넷은행·지방은행 상생 공동대출' '비대면 거래 방식에 대한 적용 완화' '방카슈랑스 영업기준 완화' 등을 당국에 건의하기도 했다.
아주경제=전상현 기자 jshsoccer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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