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전차 길 열고 美장갑차 질주…北도발에 훈련의지 '활활'
러캐머라 사령관·최장식 수기사단장도 현장에…외신 등 취재 열기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하는 K1A2 전차 |
(포천 영평사격장=연합뉴스) 국방부공동취재단 = "한미연습 중에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고요? 그건 정말로 훈련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훈련 강도를 강화하도록 자극할 뿐입니다."
브랜든 앤더슨 미 2사단/한미연합사단 작전부사단장(대령)은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을 찾은 내외신 취재진 30여 명 앞에서 훈련 중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질문에 단호히 답했다.
이날 한미는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이하 수기사단), 미 2사단/한미연합사단이 영평사격장에서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는 한미 연합제병협동사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연합제병협동사격은 지난 13일 시작한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한미연합연습의 야외실기동훈련(FTX)의 하나로 기획됐다. 한미가 함께 제병협동 연합부대를 편성해 전시 연합작전수행 능력을 향상하려는 훈련이다.
육군은 이번 FS 기간에 실시하는 훈련에 육군을 상징하는 '타이거'(TIGER)를 결합해 FS/TIGER로 명명했다.
전체 훈련기간에 K1A2전차·K9A1자주포·미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장비 100여 대, 한미 장병 800여 명이 동원됐다.
앤더슨 대령은 "특정 부대나 병과가 개별적으로 하는 훈련이 아니라 다(多)차원 제병협동 훈련으로, 가능한 한 실전적 시나리오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이날 훈련은 통제탑 맞은편에 보이는 불무산 능선에 위치한 적진에 미군 M777 견인포가 공격준비사격으로 적진을 타격하면, 수기사단 K1A2 전차가 적진 아래 적 방공자산과 주요시설을 초토화하고 진로를 확보하고, 이어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기동해 적진 깊숙이 진입하는 순서로 전개됐다.
사격훈련하는 M777 견인포 |
"미측 사격 시작"을 알리는 무전이 떨어지자 시계 4시 방향 산 넘어 포진지에서 날아온 미 M777 견인포 산사면 적진에 명중했다. 포연과 흙먼지가 솟아오르며 '꽝'하는 굉음이 천지를 진동했다.
병력 진격에 앞서 K221 장갑차 2대가 양쪽으로 기동해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전선에 연막을 살포하자 수기사단 장애물개척전차 K600이 나서 미 공병이 함께 진로를 개척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K200 장갑차가 지뢰제거 장비 미클릭(MICLIC)을 견인해 지뢰를 제거했다.
지뢰와 장애물을 제거하자 병력을 태운 스트라이커 장갑차 4대가 날쌔게 기동, 최전선에 도열했다.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 준비하는 장병 |
이때 다시 포성이 울리며 산사면의 적진에서 포연이 피어올랐다. 이번에는 육군의 K9A1 30발이 적진을 때리고, 미군 M777 견인포가 가세해 적진을 초토화했다.
김선규 수기사단 전차대대장(중령)은 "이번 연합훈련에서 한미 부대는 상호 작전수행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협조 절차를 숙달했다"며 "우리 맹호부대는 더 강력한 화력과 더 빠른 기동으로 반드시 적과 싸워 이기는 결전태세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동현(대위) 수기사단 포병여단 61대대 1포대장은 "이번 사격 훈련으로 전시 연합포병사격 능력을 숙달할 수 있었다"며 "한미 화력운용능력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육군 맹호부대 포대장으로서 적의 어떠한 도발이든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 |
당초 훈련 시나리오에는 미군이 운용하는 정찰 무인기가 전송한 표적 정보를 지휘통제소를 거쳐 한미가 공유해 사격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날 사격에는 미군 측의 사정으로 무인기가 뜨지 못했다.
앤더슨 대령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실전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FS 훈련은 5년 만에 부활한 전구급 연합연습으로 한미는 수기사, 미 2사단/한미연합사단의 이번 훈련을 포함해 20여 개 FTX가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스트라이커 여단이 작년 10월 한반도에 배치된 이래 FS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더슨 대령은 "2사단/한미연합사단이 이러한 대규모 연합 FTX를 펼친 것은 6년 만이며 스트라이커 여단의 FS 참가는 처음"이라며 "2사단/한미연합사단은 이번에 6개 지점에서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승무원 2~4명과 무장 보병 9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100㎞로 질주한다. 레이저 대공무기까지 탑재해 기동성과 생존 능력, 막강한 화력을 갖춰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중형장갑차란 평가를 받는다.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 준비하는 장병 |
이날 연합제병협동사격 현장에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이 찾아 훈련을 지도했다. 미군이 이번 FS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육군에서 최장식 수기사단장(소장)도 현장을 찾아 훈련 브리핑을 받았다.
미군 초대로 AFP, 로이터, NBC, CNN, 알자지라,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 11개 매체가 이날 현장을 취재해 관심을 드러냈다.
북한은 이런 훈련을 '북침 연습'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모의 핵탄두 실험 등 반발성 군사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FS 현장 취재가 이뤄지는 순간에도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속보가 전해졌다.
앤더슨 대령은 "이번 FS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준비한 정례적 훈련이며 본질적으로 방어적"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우리를 훈련에 집중하게 만들고 훈련 강도를 강화하도록 자극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떠날 무렵 어둠이 내린 사격장에 한미의 포성이 이어졌다.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 |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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