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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바이든 노선 따라서 우크라 갔다…G7 존재감 키우는 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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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전격 방문하고 23일 귀국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일본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5월 히로시마(広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단호히 거부하고 법의 지배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키려는 결의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량과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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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세기편으로 일본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오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 방문 결과를 보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통상 총리가 해외 순방을 할 땐 사전에 국회에 보고하게 되어있으나, 비밀 유지를 위해 극비리에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만큼 사후 보고 형식을 취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G7 의장국으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는 결의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중국·러시아에 대응하는 새로운 진영의 중심에 서서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평화 회복 때까지 우크라이나 지원"



기시다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방문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외교 과제였다. 5월 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라 총리로서는 "현지를 보고 와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면서 기시다 총리만 G7 정상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를 찾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0일 인도를 방문 중이던 기시다 총리는 이날 밤 동행 기자단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서 정부 전용기 대신 전세기를 타고 폴란드로 향했다. 폴란드 제슈프 공항에서 내린 뒤 자동차로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셰미실 기차역에 도착했다. 21일 새벽 프셰미실에서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타고 10시간을 이동해 이날 정오쯤 우크라이나 키이우역에 내렸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당시와 똑같은 경로였다.

기시다 총리와 동행한 사람은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 부(副)장관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10명 남짓이었고 현지 경호는 우크라이나 측이 전적으로 담당했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평화가 회복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추가로 5억 달러(약 6500억원) 지원을 발표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선 러시아를 향해 "침략을 그만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의 영토에서 즉시 완전하고 무조건 부대를 철수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어 폴란드를 방문해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지원의 거점으로서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하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폴란드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리 방문 성공적, 지지율에 도움"



일본 정치권에선 기시다 총리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국제사회 양 진영 간 결속이 더욱 선명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지지통신에 "결과적으로 총리는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에 키이우를 방문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상승세를 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지통신은 '외교의 기시다'를 내세워 온 총리가 4월 열리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이어지는 외교 행보로 '실적 만들기'를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방문을 끝낸 기시다 총리는 본격적으로 G7 정상회의 준비에 들어간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G7에서 인도·태평양 문제를 처음으로 개별 의제로 다루는 등 중국과 러시아 대응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동아시아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인한다.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5월 21일에는 회의 성과를 정리한 G7 정상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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