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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쌀 의무매입법' 끝내 통과시킨 野···尹대통령, 거부권 행사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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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남는 쌀은 세금으로?①

[편집자주] 일정 수준 이상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남아도는 쌀이 더 늘어나고, 이 때문에 나랏돈이 낭비된다는 여당의 반발에도 야당은 밀어붙었다. 재정을 아끼고 시장 원리를 지키면서도 쌀 농가의 소득 안정성을 확보할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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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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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석의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또 한번 힘을 과시했다. 이번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관리법)이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한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막대한 세금 투입이 수반되는 이 법안에 대해 여당은 "포퓰리즘적 폭거"라며 맞섰지만 힘에 부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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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거·포퓰리즘적" vs "쌀 값 정상화"···여야 대치 논란 속 법안 통과

여야는 2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 수정안을 재석 266인 중 169표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반대는 90표, 기권은 7표가 나왔다. 대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표결 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법안 제안 설명을 통해 "민주당은 농심에 피멍이 들지 않도록 쌀 값 정상화를 이루고자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개정안을 수정 발의했다"고 밝혔다.

양곡관리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넘게 하락할 경우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단 내용을 담았다. 지금은 정부 재량으로 매입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이 골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부에 요구해온 공약 중 하나이자 '22대 민생 과제' 중 하나로 밀었던 법안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식습관 변화로 쌀 초과 생산량이 늘고 있단 점, 국가 재정 부담, 농업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크단 이유를 들어 의무매입에 반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야당 단독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지난해 12월 본회의로 바로 넘겨졌다. 올해 1월 본회의에서 민주당 단독 표결로 부의된 뒤 지난달 27일 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를 시도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약 한 달 간 여야에 협의할 시간을 줬지만, 여야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 의장은 중재안으로 시장격리(정부매입) 요건 강화, 의무매입량 조정, 예외조항 신설, 제도적 보완 등 4가지를 담았다. 민주당은 이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내용을 원안에 일부 수정해 반영했다. 즉 '초과 생산량의 3% 이상'을 '초과생산량의 3%~5%'로, '가격하락폭 5%'를 '가격하락폭 5~8%'로 조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예외조항을 신설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되 예외조항(벼 재배면적)을 신설해 쌀 매입물량을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쌀 의무매입 조항이 존재하는 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지만 의석 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폭력이다"라며 "자기들이 여당할 때는 통과시키지 않던 것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실제로 이게 농업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걸 많이 알았기 때문에 통과시키지 않던 것"이라고 말했다.


尹 대통령, 의견 수렴 뒤 거부권 행사 유력···빠르면 이달 말 결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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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막대한 재정 지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재안이 반영되기 전 개정안 시행시 2022~2030년 동안 연평균 쌀 초과 생산량은 46만8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쌀 매입에 드는 예산은 연평균 1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줄곧 해당 개정안 통과시 쌀 이외 다른 분야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농업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같은 재정을 투입한다면 차라리 90%가 넘는 자급률을 자랑하는 쌀 대신 10%의 자급률에도 못 미치는 밀, 콩과 같은 작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게 더 낫다는 논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에서 재배가능한 가루쌀을 활용해 밀을 대체함으로써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시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도 없이 통과된 국익을 해치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15일 이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 법률안 결정은 해당 부처의 제기에 따라 법제처가 심의한 뒤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다. 거부권 행사는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달 초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당의 의석 수가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 넘는 115석인 점에 비춰보면 재의 요구된 법안의 재의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경우 법안은 시행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 "각계의 우려를 경청해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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