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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 거짓 예고에 가짜 체포 이미지까지 美 '혼란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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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스스로 퍼뜨린 체포 임박설에 더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가짜 이미지까지 소셜미디어(SNS)에 범람하며 한 주간 미국이 혼란에 시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ABC 방송 등 복수의 미 언론은 23일(현지시각)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뉴욕시 맨해튼 대배심이 이번 주엔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3일 대배심이 소집되긴 했지만 다른 사건들 심의를 위함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심의는 오는 27일 이전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3일 뒤인 21일 자신이 체포될 예정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시위를 촉구했다. 맨해튼지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한 포르노 배우에게 과거 성관계 사실에 대한 입막음 대가로 회사 장부를 조작해 합의금을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기소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전·현직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이 2021년 1월6일 미 의회의사당 폭동 당시를 떠올리게 하며 한 주간 미국 사회는 바짝 긴장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부정을 거듭 주장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1월6일 워싱턴DC에서 "거친" 집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폭동에 대비해 이번 주 맨해튼 형사법원 앞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미 언론들은 한 주 내내 관련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체포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복수의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황을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법정에 서게 된다면 수갑을 찬 채 등장하고 싶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주 체포는 일어나지 않았고 대규모 시위도 없었다. 맨해튼지검은 23일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 자료 제출 및 의회 출석을 요구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해당 요청을 거부하며 이 요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예상" 뒤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동에 대비해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 배치된 경찰들이 긴장감 없이 점심으로 피자를 먹을지 샌드위치를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23일 덧붙였다.

AI 이용 '트럼프 체포 가짜 이미지' 소동…"정보·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 낮아질 것"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체포 관련 가짜 이미지가 퍼지며 혼란을 더했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설립자 엘리엇 히긴스가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20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수십 장의 이미지에는 경찰 체포에 저항하거나 연행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도사진과 유사한 구도로 묘사돼 있다. 

히긴스는 이 이미지들이 조작된 것임을 밝혔지만 일부 사용자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히긴스는 매체에 이미지 제작이 "실없는 장난이었을 뿐"이라며 "한 5명 정도가 공유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히긴스의 트위터 게시글은 약 4일 간 5000회 가까이 공유됐고 550만 명에 열람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언론 감시 단체 미디어매터스의 안젤로 카루손 대표가 해당 조작 이미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체포에 관한 첫 번째 시각적 자료"라며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번 이미지 게시는 작성자가 허위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채 이뤄졌지만 AI를 통한 '진짜 같은' 이미지 조작의 용이성이 드러나면서 향후 허위 정보 범람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인권단체 위트니스의 관리자 샘 그레고리가 "허위지만 사실로 믿기 쉬운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기술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해당 기술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의도로 조직적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감원을 거듭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가짜 이미지 확산에 대한 일관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의 경우 콘텐츠 감시 인력을 포함해 대량 해고를 감행한 데다 혐오 표현에 대한 정책을 오히려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허위 영상 및 이미지 범람이 해당 사건 뿐 아니라 정보 자체에 대한 전반적 신뢰를 훼손시킨다고 우려했다. <AP> 통신은 전문가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사실과 허위 정보가 혼란스럽게 뒤섞이는 '새로운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데이터 과학 전문가인 제빈 웨스트 워싱턴대 교수는 허위 정보가 "위기 상황에 소음을 더하고 냉소주의를 키운다"며 결국 시민들이 "시스템 및 정보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법원 인근 공원에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펼침막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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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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