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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헌재 "검사 수사권, 헌법상 권한 아냐" 결론에도 논란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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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관 등 국회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사 수사권' 헌법 명시적 첫 판단 불구
재판관 4명 "헌법상 권한"…의견차 첨예
법조계 "진영 논리 따라 갈렸나" 우려도
한국일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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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판단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영장신청권'을 감안하더라도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다"고 결론 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검사의 수사·소추권 관련 헌법적 지위 여부 논쟁에 대해 헌재가 명시적으로 첫 판단을 한 셈이다. 다만 4명의 재판관은 헌법상 권한으로 봐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종식됐다고 보긴 어렵다.

헌재는 2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관련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각하)대 4(인용) 의견으로 각하했지만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수사와 공소제기·유지는 법률로 폐지·소멸시킬 수 없는 헌법상 기능이며 입법이나 사법에 포함되지 않아 '행정부에 부여된 헌법상 권한'으로 판단했다. 이어 "수사·소추권이 행정부 중 '특정 국가기관(검찰청법상 검사)'에만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를 발견하긴 어렵다"며 "수사·소추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입법자가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봤다.

한동훈 장관 등 청구인 측은 그동안 헌법 12조 3항 및 16조의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영장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영장신청권 관련 헌법 조항은 경찰에도 주어졌던 영장신청권이 196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로 한정되면서 1962년 개정 헌법에 처음 도입됐다. 법률 전문가인 검사를 통해 무분별한 영장신청 등 인권유린 폐해를 방지하려는 취지였다.

다수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 "(영장신청권 조항은) 검사로 하여금 제3자 입장에서 수사기관이 추진하는 강제수사의 오류와 무리를 통제하고자 헌법에 도입한 것으로 해석돼,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까지 부여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개정 법안이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제한하지 않아 헌법상 권한이 침해되지 않았으며, 입법행위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배된 수사·소추권은 법률상 권한이라 국회를 상대로 침해 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관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검찰의 준사법기관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헌법상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소추기관은 형사사법절차에서 피의자,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의 절차적 기본권 보장 의무도 지는 준사법기관의 성격을 가져야 하고, 이런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이 헌법상 영장신청권의 주체로 규정된 '검사'라는 점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헌법상 영장신청권을 가진 '검사'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 '검찰청법상 검사'가 '헌법상 검사'에 포함된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은 그 자체로 국가의 수사기능을 실현해 헌법상 수사권 행사"라며 "헌법에 명문화된 검사의 권한이 영장신청권뿐이라는 이유로 수사·소추권에 해당하는 검사의 권한들이 아무런 헌법상 근거 없이 오로지 법률에 의해 창설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일각에선 재판관들의 진보·중도·보수 성향에 따라 판단이 양쪽으로 갈라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논리가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하면서 재판관들 의견이 5대 4로 나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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