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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헌재 ‘검수완박법’ 유지 판단에...헌법학자 평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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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수사권 헌법상 보장, “헌법적 근거 없어” vs “판단 자체 안한 것”

방승주 “과거 판결과 일맥상통 합리적 판단”

지성우 “사법 소극주의 취한 것...정치 미개입 의도”

쿠키뉴스

헌법재판소. 사진=쿠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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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일명 ‘검수완박법’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헌법학자들의 생각도 달랐다. 과거 판결 사례에 견주어 흠결이 없는 통상적인 결론을 내렸단 의견과 헌재가 사법 소극주의를 취해 실질적인 판단을 유예해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은 꼴이라는 비판적 시각 등 해석이 갈렸다.

헌법학자들의 해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인이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의 각하 결정 △절차적 흠결이 있지만 관련법이 무효가 아니라는 기각 결정 등에서 각각 달랐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장관 외 검사 6인이 청구한 소의 각하 결정에 대해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수준의 판결이었다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취지였다.

방 교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창설한 국가기관이거나 헌법·법률이 부여한 권한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난 2010년 인권위원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때 각하 결정과 같은 취지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장의 신청·제시를 규정한 헌법 규정만으로는 수사는 반드시 검사가 해야 한다는 헌법적인 가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헌재의 해석이자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취지로 해석했다. 임 교수는 “한 장관은 수사의 주체가 아니기에 청구인 적격 자체가 없다는 것이고, 검사 6인은 청구인 적격은 있지만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게 아닌 하위법령인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수준에서 정할 문제라고 본 것”이라며 “영장 신청권과 수사권은 별개라는 게 헌재의 시각”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지성우 교수와 장영수 교수는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인지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하 여부는 헌재가 결정할 문제이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 규정에 따라 보장되는지 실질적인 본안 심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헌재가 중요한 사안에서는 각하할 때라도 권한 판단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은 철저하게 사법 소극주의를 취한 것이다. 정치나 행정상의 정책 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장관과 검사들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긴 했지만, 적격성 자체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본안에서 기각하더라도 이유를 설명해줬으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있다”며 “아무런 설명 없이 단순히 각하해 버린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다”고 말했다.

입법 절차상 위헌·위법 요소가 있지만 검수완박법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는 기각 결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방 교수와 임 교수는 중대한 흠결은 아니기에 헌법기관인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으로 합리적 판단으로 봤고, 지 교수와 장 교수는 헌재가 권한을 행사해 판단할 것들을 하지 않아 스스로 권위를 깎았다고 혹평했다.

방 교수는 지난 1996년 노동법 개정안 기습처리와 2009년 미디어법 대리투표 논란 당시를 언급하면서 “헌재는 과거 절차상 흠결이 있던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도 입법의 무효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권한쟁의심판(5인 찬성 시 인용)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위헌법률심판(6인 찬성 시 인용)에 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에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지 교수는 “지난 2009년 종편 허용과 관련한 미디어법 처리 당시에도 대리투표 논란 등으로 입법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있었음에도 무효 판단하지 않아 헌재 스스로 입법기관에게 여지를 줬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 삼권분립을 위반해 과도하게 입법을 제한하는 게 된다는 이유인데 앞으로 다수당이 되는 정당은 위장 탈당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통과만 시키면 된다는 선례를 남긴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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