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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기로에 선 베트남…제2의 한국이 될지 말레이시아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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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 자랑하는 동남아 경제대국
‘일벌백계’ 엄격한 정치, 의사소통 방해 요인
중국에 사서 미국에 파는 무역도 위험 요소
특히 중국 중간재 의존 커 독립 필요하다는 지적


이투데이

베트남 호치민 시내가 봉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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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높은 경제성장률로 주변국들의 부러움을 사는 동남아시아 대표 경제 대국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7% 전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도 6.2%라는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

이랬던 베트남은 지난달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공직자 부정부패에 책임을 지겠다며 주석직을 포함한 요직에서 물러나면서 변화를 맞았다. 그의 빈 자리엔 역대 최연소인 보 반 트엉 공산당 상임 서기가 올랐다.

부정부패 스캔들로 지도부가 바뀐 터라 베트남에선 당의 경제권 통제 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응우옌 전 주석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경제개방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그의 부재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다만 이런 우려 외에 구조적인 문제들이 베트남 경제를 흔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분석했다.

일벌백계가 가져온 정부 의사결정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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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반 트엉 베트남 신임 국가주석이 2일 선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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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도중 떠난 응우옌 전 주석은 재임 시절 경제개방에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물러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비리 스캔들 때문이었다. 부총리 등 주변 인물들이 연루된 혐의였지만, 본인이 책임을 지고 떠났다.

닛케이는 잘못에 예외를 두지 않는 베트남식 정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위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베트남에 ‘국가 재산에 손해를 끼친 죄’라는 독특한 형사처분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인프라 사업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넓은 의미에서 당의 부패로 간주해 책임을 추궁하는 식이다. 이 같은 일벌백계는 효과가 크지만,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단점이 있다.

미·중 무역에 의존하는 경제


베트남 경제를 견인하는 요소는 무역통상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1년 베트남의 GDP 대비 무역액 비율은 230%에 달한다.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전 세계 3위다. 지난해엔 약 124억 달러(약 16조 원)의 무역흑자를 내기도 했다.

다만 무역구조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수입의 33%를 중국이, 수출의 3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 쉽게 말해 중국에서 중간재를 구매한 뒤 조립한 다음 미국에 최종재를 판매해 이익을 내는 구조다. 이런 구조적 특징은 미·중 갈등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경제·외교적으로 부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중간재가 필수인 무역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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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어린이가 2017년 11월 12일 베트남과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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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면 중국의 중간재가 베트남 무역에 있어 필수라는 점이다. 베트남은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탈중국’ 수혜자로 부상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주변의 다른 제조업 거점을 찾기 시작한 덕분이다. 전기·전자기기와 봉제품 등 상위 수출 품목 상당수가 중국과 겹친다는 점에서 베트남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상품 제조에 중국산 중간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센슈대의 이케베 료 교수는 “인건비가 계속 오르면 제조업 경쟁 우위는 10년 안에 사라진다”며 “베트남이 중간재를 어느 정도 국산화하지 못한다면 이후 지속적인 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트남도 한국과 대만처럼?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을 행선지로 삼은 ‘태평양 트라이앵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국과 대만은 1980년대 일본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재를 미국에 팔았다. 일본을 중국으로, 한국·대만을 베트남으로 바꾸면 지금의 베트남 상황이 된다.

닛케이는 한국과 대만을 “공업화에 매진한 끝에 중간재 수출국으로 변모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로 소개했다. 여기서 중간재란 대표적으로 반도체를 뜻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트라이앵글에 늦게 합류한 말레이시아나 태국은 여전히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간 소득국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이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와세다대 뜨란 반 뚜 명예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의 다변화가 시작하고 있는 지금은 베트남에 기회”라며 “베트남은 국내 민간기업을 강하게 만들고 인재를 육성해 효과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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