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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대법 “사회복무요원 거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 안돼”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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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하철역에서 경광봉을 들고 안내하는 사회복무요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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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훈련이 없는 사회복무요원 복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그해 대법원이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처벌 규정의 예외인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ㄱ씨는 2015년 12월 세종시의 한 행정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복무를 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만 18살 때 여호와의증인 침례를 받아 정식 신도가 된 ㄱ씨는 징병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아 2014년 6월부터 이곳에서 복무 중이었다. ㄱ씨는 소집해제를 6개월 남겨둔 2015년 12월 ‘병무청장 관할에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복무하는 것이 군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근하지 않았고, 검찰은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89조의2 1호를 위반한 혐의로 ㄱ씨를 기소했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ㄱ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ㄱ씨가 2016년 2월 기소된 뒤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4년 넘는 시간 동안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관되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 성향을 보였던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ㄱ씨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사회복무요원에게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지 않는 복무 이행을 강제하더라도 그것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병무청장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직접·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병무청장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도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은영 대법원 공보연구관은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거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역법 89조의2 1호가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최초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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