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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때이른 벚꽃 ‘활짝’···4년 만에 봄꽃축제 준비하던 지자체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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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벚꽃이 3월 말 이른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전국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4년 만에 대대적으로 준비한 행사가 이른 개화로 ‘꽃 없는 꽃축제’로 끝날 수도 있는 탓이다. 일정을 앞당긴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약 문제로 예정대로 치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7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나무는 이미 3분의1 정도가 꽃을 피웠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25일 서울 벚꽃이 개화했다고 밝혔다.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개화로 가장 빨랐던 2021년(3월24일)과 하루 차이다. 3월 평균 기온이 9.4도로 지난해보다 1.7도나 높았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등포구는 보통 4월8일 전후로 개화하는 시기에 맞춰 공식 여의도 봄꽃축제를 다음 달 4~9일로 계획했다. 특히 올해는 서강대교 남단에서 여의2교 입구까지 이어지는 여의도 벚꽃길(여의서로) 1.7㎞와 한강공원 국회 축구장까지 4년 만에 전면 개방된다.

하지만 개화 후 10일이나 지난 때에 행사가 시작될 상황이다. 문화행사·공연 등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어 일정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실질적인 행사 시작을 이달 31일로 보고 현장 질서 유지 활동은 미리 시작하기로 했다”며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쓰레기 무단투기와 교통정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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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일 일부 열린 지난해 시민들이 꽃길을 걸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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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것은 개나리도 마찬가지다. 이에 성동구는 30일부터 4월1일까지 예정됐던 응봉산 개나리 축제를 지난 23~25일 급하게 앞당겨 열었다.

강원 영동 지역 최대 규모의 봄꽃 축제인 ‘경포 벚꽃축제’ 역시 이른 개화로 사상 첫 3월 축제로 치른다. 다음 달 4~9일이었던 일정을 앞당겨 오늘 31일부터 하기로 한 것이다.

경북 의성군의 ‘산수유마을 꽃맞이 축제’는 일주일 빨라졌다. 산수유 꽃망울이 예상보다 9일이나 빨리 피면서 3월25일~4월2일 일정이 3월18~26일로 조정됐다. 의성군은 벚꽃 축제도 일주일 앞당겼다. 의성군 관계자는 “3월 낮 평균 기온이 지난해 5월과 같을 정도로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며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 위해 담당 팀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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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5도로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서울 청계천 주위에 핀 산수유 아래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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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당길 수 없는 지자체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축제, 서초구 양재천 벚꽃축제, 성북구 성북천 벚꽃축제는 모두 벚꽃이 만개한 이후인 4월 5~6일 사이 열린다. 대전에서는 동구 대청호축제와 서구 정림동벚꽃축제, 대덕구 물빛축제가 다음 달 7~8일 예정돼 있다.

기후위기 등으로 매년 개화 시기가 요동치면서 경북 경주시는 봄꽃 축제에 연예인 섭외를 포기했다. 최소 두 달 전에는 축제일을 확정해야 섭외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데, 꽃이 피는 날짜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벚꽃 만개 시점에 축제를 열기 위해서 행사 시기 확정을 3월까지 미뤘는데 예상보다 벚꽃이 빨리 피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상청에 들어가 예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개화를 늦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자체도 있다. 다음 달 2일부터 불광천 벚꽃축제를 여는 서울 은평구는 벚꽃에 비추는 조명을 일제 소등하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밤에 색다른 벚꽃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설치한 조명”이라면서 “밤에 빛을 비추면 개화가 빨라질 수 있어 불을 끄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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