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자 인터넷전문은행이 각종 대출 규제를 풀고 대면 채널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화하려면 인터넷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설립 취지에 반하는 규제까지 완화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 대규모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담도 크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케이, 카카오, 토스)는 시중은행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특례 적용을 해 달라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인터넷은행법 제정 5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요구사항을 내놨다. 지난 23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가 제출한 건의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중금리대출(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 완화, 대면 업무와 상장지수펀드(ETF) 중개 허용, 방카슈랑스 판매 한도(25%)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각 업권과 전문가 의견을 모두 참고한 후 6월까지 최종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TF의 활발한 논의를 위해 이해당사자도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과 협업하는 공동대출 방안은 검토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인터넷은행의 무리한 요구가 적지 않다는 분위기이다.

오는 5월에 출시되는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대출을 갈아탈 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지 말아달라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는 DSR 규제가 사실상 사문화되는 데다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가속화해 안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금리대출 취급 목표를 낮춰달라는 요구는 애초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5~40%였고 올해 말 목표치는 30~44%이다. 업계는 고신용자 판매 규모를 늘려야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가능해지고 시중은행보다 높은 인터넷은행의 연체율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은행은 집단대출이나 기업 수신 계좌 개설 등을 위해 대면 업무를 허용해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행법은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영업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중금리대출 활성화가 도입 목적 중 하나였고 인가 조건도 자본금 요건 등을 낮추는 대신에 비대면 방식만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면서 “기존에 받은 혜택은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시중은행 수준으로 높여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SVB 사태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영업 확장을 위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권에서는 현 금융당국의 규제하에서는 자본 규모가 다른 시중은행과의 경쟁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대면업무 허용 등 규제 완화 요구는)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알린 차원이고 제도 도입 당시와 달라진 대내외 환경도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