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메모리반도체 혹독한 겨울…삼성전자 '인위적 감산'도 고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3위 D램 반도체 생산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의 매출이 반 토막 났다.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운영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다음달 초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명확한 감산 신호를 줄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검토 중인 방안에는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시행하고 있는 '인위적 감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3년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실적 발표에서 분기 매출이 36억9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53% 급감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23억1000만달러(약 3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D램 가격이 이 기간에 20%가량 하락하는 등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을 37억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 대비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2001년 반도체 불황기 이후 최대 폭의 감소다. 마이크론은 최소한의 투자 수준인 70억달러(약 9조원)는 유지하지만, 감원 규모는 당초 밝혔던 10% 선에서 15% 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시장 수요와 재고를 감안해 생산 규모를 최적화하고 운영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0년간 운영 비용을 10% 이상 늘려왔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줄이겠다는 것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과거에는 선제 투자로 빠르게 생산 역량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에 맞춰 양산 등 속도 조절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설 투자(Capax)에도 지난해 19조원 정도 지출했지만 올해는 50% 이상 줄여 한 자릿수에 머무를 계획"이라며 "운영 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이사·감사위원·기타 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주주와의 질의응답에서 현재 D램 반도체 시장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에 등장하는 사례로 협력적인 선택이 모두에게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선택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따라가지 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죄수의 딜레마'처럼 고객사들은 계속 게임을 한다"며 "다운사이클에서 공급이 초과하면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가운데 박 부회장이 업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이날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 신용등급은 Baa2로 유지됐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메모리칩 산업이 전례 없는 침체를 겪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의 부채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다음달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가 감산과 관련한 입장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DS부문의 올해 연간 적자가 10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인위적 감산은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직접적인 감산을 의미한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은 인위적 감산을 포함한 감산 시그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 콘퍼런스콜 당시 언급보다는 진전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월 콘퍼런스콜에서 '자연적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를 밝히며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는 '시험생산'에 해당하는 연구개발(R&D) 활동을 늘린다는 뜻으로 실질적으로는 생산라인을 줄인다는 의미다.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사실상의 감산'보다는 더 효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요에 한 번 탄력이 붙으면 쌓여 있는 재고가 순식간에 소진될 수 있다는 면에서 현재 방침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램 시장의 공급과잉 상태가 우려보다 빨리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 / 이새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