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확충의 길이 열린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인력 수요가 2031년 30만 4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마다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5000명 수준이다. 교육부는 심각한 첨단 분야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들의 정원 확대 요청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 수도권의 대학 정원 규제와 지방 소멸 우려가 문제로 거론돼온 만큼 첨단 분야 학과의 정원을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인재 양성이 학과 신설, 정원 확대라는 양적인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첨단 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교수진과 필수 장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과 신설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가령 반도체 연구에는 실습에 필요한 고가 장비가 필수이지만 대학들은 수십 년 된 구식 장비에 의존하거나 그조차 없어 다른 학교 시설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 15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교수 월급 동결로 일부 대학의 조교수 연봉이 대기업의 대졸 신입 사원 수준인 현실에서 교수직을 택할 첨단 분야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하려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경직된 대학 연봉 책정 방식을 유연화해 파격적인 대우로 첨단 분야의 교수를 유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첨단 장비 도입으로 연구 인프라를 개선하려면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첨단 분야의 우수 인재들이 대학에서 배출될 수 있도록 제도·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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