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우리나라 인구는 비관적으로 보면 2070년에 3100만 명까지 준다. 지금보다 무려 2000만 명이 줄어드니 50년 동안 춘천만한 도시가 70개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연일 저출산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 3000만이 적정할 수 있으며 이를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로 보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고령자가 사망하면서 인구 구성비도 균형으로 갈 것이다. 일종의 축소균형 옹호론이다. 과연 그럴까.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고통스러운 변화를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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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인당 GDP 30년간 정체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돌입
재정·경상수지 모두 악화일로
이민 받고 대외자산 늘려가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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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보수당이 2010년에 정권을 잡은 후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긴축재정을 실시했다. 축소국가(shrinking state)라 불릴 만큼 공공 부문을 줄여갔다. 예산 삭감으로 환자를 복도에서 치료하고 있는 병원도 있을 지경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쳤을 때 영국의 의료체계가 잘 대응하지 못한 것도 긴축재정의 여파였다. 일련의 사건은 복지지출 증가로 국가 채무가 증가하자 이를 고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프랑스는 최근 정년을 2년 연장하는 연금개혁으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1인당 GDP가 그대로다. 1995년 4만4000 달러였으나 지금은 4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동시에 급격하게 늙어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살펴보자. 우선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 경제성장률은 1인당 소득증가율에 인구증가율을 더하면 된다. 그런데 인구증가율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위의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50년간 연 마이너스 1%로 줄어든다. 1인당 소득은 인구의 연령별 구성비가 영향을 준다. 총인구 중 생산 인구 비중이 작고 비생산인구 비중이 높으면 1인당 소득은 낮아진다. 가족 두 명이 돈을 벌다가 한 명이 퇴직하면 가족 1인당 소득이 떨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인구의 연령별 구성비 변화는 총부양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부양비는 생산하는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피부양인구 숫자를 나타낸다. 여기서 피부양인구는 15세 미만의 유소년 인구와 65세 이상의 노년인구로 구성된다. 총부양비가 80이면 생산인구 100명이 80명의 피부양인구를 부양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총부양비는 1970년 80에서 계속 낮아져 현재 40이다. 아주 좋은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50년 후에는 116으로 증가한다. 총부양비 증가는 1인당 소득을 낮출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노년인구가 증가하면 경제의 소비 유인을 증가시키는 반면 저축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인구 구성비 변화로 과거 20년간 보였던 경상수지 흑자 시대가 저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총부양비의 구성 변화다. 성장률이 낮아져도 미래의 잠재력이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총부양비 구성의 미래를 보면 성장 잠재력도 회의가 생긴다. 1970년 총부양비 80을 뜯어 보면 유소년 부양비가 74명, 노년 부양비가 6명이다. 생산인구 100명이 74명의 유소년과 6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셈이다. 주로 자녀 교육과 부양에 돈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2070년은 생산인구 100명이 100명의 노인과 16명의 유소년을 부양한다. 생산 연령층의 소득이 주로 고령자 부양에 쓰인다는 의미다.
1970년은 총부양비 중 유소년 부양비가 극단적으로 높았지만 2070년은 거의 정반대로 노년 부양비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유소년 부양비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에 해당한다. 유소년이 교육을 받고 성장하여 인적자본이 되어 차세대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년 부양비는 오롯이 비용이 된다.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가 없듯이 인적자본 투자 감소는 성장 잠재력을 해치게 된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재정적자가 쌓이고, 대외적으로 경상수지가 악화한다. 이러면 환율이 약한 고리가 되면서 경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생산인구의 부가가치가 유소년보다 고령자에게 배분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다. 이 과정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작고 약한 나라로 떨어질 수 있다.
인구 문제는 낭만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인구의 팽창과 수축에서 좋은 축소 균형은 어렵다. 내버려 두면 알바트로스(신천옹)처럼 요란하게 경착륙을 하게 될 것이다. 인구의 양적 변화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 모두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만 솔루션을 찾는 것에서 대외적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이민에 대해 검토하고, 기업의 해외투자, 개인의 해외투자를 통해 순대외자산을 증가시켜야 한다. 인구는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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