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고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지주사 주식에 관심을 가지라는 투자조언이 나오고 있다. |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상장사에 요구한 주주제안이 연이어 부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8일 열린 KT&G 주주총회가 있다. 이사회 측 안건은 모두 통과됐지만,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주당 배당 확대, 사외이사 증원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일부 성과를 냈지만, 부결이 압도적이었다. BYC에 감사위원 선임, 배당 확대, 자사주 취득, 액면 분할 등을 제시했는데 전부 부결됐다. 태광산업에는 감사의원 분리선출을 제안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국알콜에서는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시한 여러 주주제안 중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안이 받아들여졌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에 배당 확대,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제안한 상태다.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얼라인파트너스 제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KISCO홀딩스는 소액주주연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부터 자사주 매입, 배당확대, 감사선임 등을 제안받았지만 정기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이들의 주주제안이 경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여서 부결됐다는 지적도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당장 시행하기 어렵거나 과도한 주주환원이어서 사측과 간극을 줄일 수 없었고, 소액주주 표심도 얻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의결권 자문사마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KISCO홀딩스, BYC, JB금융지주 등이 받은 주주제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KT&G, JB금융지주 등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이록코리아에 주주제안을 제시한 신윤재 쿼드자산운용 상무는 “우리나라는 아직 구조적으로 회사, 대주주에 유리한 실정”이라며 “대주주 측 지분율이 높고, 주주제안을 해도 회사 측에서 대응할 시간이 충분해 주주제안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인식변화를 확인했다는 의견이 있다. 다른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의결권을 위임한 소액주주 중에서는 대주주와 혜택이 같지 않다는 것에 의문을 표현하는 분들이 있었다”며 “주주제안 수도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나 구조적 변화가 생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이 행동주의 펀드가 ‘먹튀’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아직 나타나진 않았다.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한 곳 중 실제 지분 변동이 있었던 곳은 KISCO홀딩스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인의 매도였다. 이달 13일 장세홍 회장의 자녀인 장세영씨가 주식 3000주를 장내매도했는데, 한주당 가격은 2만4500원선으로 52주 최고가 수준이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쓴맛을 봤지만 다음 주총을 준비하는 곳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를 지향하는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기업가치가 올라올 때까지 투자해야 높은 수익률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며 “대주주 측과 상의하고, 풀리지 않으면 다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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