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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마법의 단어 된 ‘2차전지’… 주방용품 업체도 “사업 준비 중” 발표에 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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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용 전기 그릴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 주가는 29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4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9일 2만원에 육박했다. 자이글 주가가 단기간 폭등하자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이후에도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28일 거래 정지됐다. 하지만 자이글은 보란 듯이 거래 재개 하루 만에 재차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이글 주가가 치솟은 것은 2차전지 관련 테마주로 엮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반도체 장비 등을 생산하는 씨엠파트너로부터 경기도 평택시 모곡동에 있는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27식 등을 74억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해당 자산을 인수하는 이유에 대해 “사업의 다변화를 위한 생산시설 확보 차원”이라며 “2차전지 제조시설과 연구설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테마가 급등하면서 2차전지 테마주가 활개를 치고 있다. 주력 사업은 2차전지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해당 사업에 새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하면 주가가 폭등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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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열린 '국가전략기술을 뒷받침하는 미래소재 확보전략' 발표회에 앞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차세대 2차전지 핵심 소재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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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사례가 주방용품을 만드는 자이글이다. 자이글은 헬스케어 가전제품 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이후 2차전지 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아직 해당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하거나 실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매출을 보면 웰빙가전 사업이 7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자이글 그릴 판매에서 나왔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며 생산 설비를 확보했지만, 실제 관련 매출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기술과 인력, 고객사를 확보한 이후에야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계획 발표에만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주가 폭등세는 비이성적이라는 의미다.

    스마트폰 카메라용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덕우전자도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7000원 안팎에서 움직였는데, 28일 주가는 장중 1만4000원을 넘기도 했다. 덕우전자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사 사업 목적에 2차전지 부품과 장비 제조 및 판매업, 반도체 부품, 장비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쯤 되면 ‘2차전지’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마법의 단어가 됐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관련 실적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기대만으로도 주가가 폭등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일부 업체 중에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2차전지 사업을 언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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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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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나래나노텍의 경우 전방 산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2차전지와 반도체 등 투자자들이 관심이 큰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발전설비 업체 강원에너지 역시 2차전지 사업 분야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2차전지 관련주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최근 급등한 업체의 주가 조정 폭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직후 의약품 업체 주가가 일제히 폭등했고, 치료제 개발 기대로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던 사례와 비슷하다”며 “2차전지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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