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노릴 듯…금리 경쟁력 갖출지 관건
금융당국이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대출자산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장점을 결합한 공동대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경쟁력을 높이고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과점체제인 대출 시장에서 공동대출이 '메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공동대출이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해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대할 경우 금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해야하는 상황이다.
인뱅은 고객 유치, 돈은 지방은행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 제도개선TF는 인터넷은행 건의사항 중 공동대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공동대출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손을 잡고 내놓는 대출 상품 모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 공동대출 구조/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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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은 모바일 앱을 통해 갖추고 있는 모객력을 활용한다. 대출을 원하는 금융 소비자가 인터넷은행 앱에서 대출을 신청(모집)하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출 자금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사전 합의된 비율에 따라 공급한다. 대출이 실행되면 두 은행이 각 채권자로서 독립적인 사후관리 주체가 되지만 일관성 있는 고객 경험을 위해 동일한 사후관리업체에 위탁한다.
현재 인터넷은행 3개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총자산은 79조5000억원으로 국내 은행(3570조원)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독자적인 대출 상품 운영을 통해선 공격적으로 대출 자산 규모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에는 미치지 못하고 인터넷은행보다는 자산 규모가 큰 지방은행 입장에선 새로운 영업 채널을 확보해 대출 자산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요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5개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은행) 총자산은 약 239조원으로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3배 가량 많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적정 자본비율 내에서 대출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성장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며 "지방은행은 영업 채널 다각화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공동대출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수신에 비해 여신 비율이 낮아 대출 자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앱 가운데 토스가 확보고객 1위(34.6%, 컨슈머인사이트)를 차지하는 만큼 대출 고객 유치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당국에서도 공동대출 도입에 긍정적인 만큼 연내에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대출 '메기' 될 수 있을까
금융위가 인터넷은행들이 제안한 여러 건의사항중 공동대출 모델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5대 시중은행의 대출시장 과점으로 이들에게 이자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 제도개선 TF의 시발점이 됐다.
금융위가 기대하는 것처럼 공동대출 모델이 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인터넷은행·지방은행의 상생과 동반 성장을 견인하려면 공동대출 상품의 금리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2023년 2월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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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지난달 예대금리차는 2.71%, 지방은행은 4.04%로 5대 은행(1.4%)보다 크다. 자산 규모는 물론 금리에서도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공동대출이 출시되면 초기에는 중저신용자 대출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도입 취지인데, 금리 인상 등 경기 악화시 연체율 상승 등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공동대출로 대출 자산을 분담하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대출 자산을 늘릴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대출 자산을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분담하는 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신용자까지 대출 영역을 확대한다면 시중은행도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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