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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전우원 광주행에 5·18 단체 “후손이 죗값 치를 수밖에 없단 걸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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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CBS 라디오서 “살아있는 학살 지도부가 우원씨 통해 교훈 얻었으면 하는 바람”

세계일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우원씨가 30일 오전 0시30분쯤 광주 서구의 한 호텔 앞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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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 중 한 곳인 5·18 기념재단은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우원(27)씨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며 ‘후손이 무거운 죗값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죗값을 치르지 않은 범죄자, 역사적 범죄자, 사회적 범죄자가 어떻게 후손들에 의해서 다뤄지는지를 전우원씨가 방증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죗값은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다”며 “안타깝지만 그 후손이 무거운 죗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말하기 전 조 이사는 “전두환은 사죄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두환의 죄는 결코 사라지거나 덮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8일 오전 6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전씨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돼 곧바로 마약 투약 관련 혐의 수사를 받았고, 38시간 만인 29일 오후 7시55분쯤 석방됐다. 경찰은 전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 귀국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줄곧 밝혀온대로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광주로 이동한 전씨는 30일 0시30분쯤 광주 서구의 한 호텔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만난 취재진 앞에서도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다”며 유족 등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광주에 온 소감으로 “(광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고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오던 곳”이라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에 온 것은) 의미 있는 기회이고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비롯, 상처받은 모든 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도 덧붙였다. 전씨는 30일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전 공부를 하고 31일부터 공식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전씨의 이러한 발언들에 조 이사는 라디오에서 “가슴이 먹먹하다”며 “전두환의 손자로서 할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손자 모습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5·18 관련해서 여전히 살아있는 학살 지도부가 남아있지 않나”라며 “그분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전우원씨를 통해 뭔가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과 등의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후손이 대를 이어 그 책임을 물려받고 엄청난 심적 부담 등을 떠안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이사는 ‘5·18 묘역에 전우원씨와 갈 계획이 있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우선 피해 당사자 단체 그리고 유족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며 “그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하게 대화하는 과정이 우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묘지 참배가 사죄의 중요한 일정으로 보인다”며 “동행해서 전우원씨의 사죄(과정)를 함께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전씨가 ‘학살자의 후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살아와 굉장히 힘들었을 거라면서, 조 이사는 “사죄를 위한 행동은 매우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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