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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건설현장 막고 "우리 굴착기 써라"…공정위, 민주노총에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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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 기사인 A씨는 2019년 8월 부산 북항오페라하우스 건설현장에 투입돼 2021년까지 일하기로 했다. 그러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A씨에게 “해당 현장에서 단체교섭을 해야 하니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라”고 수차례 요구한다.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일했지만, 2019년 11월 노조 간부의 지게차가 현장에 일방적으로 투입되면서 현장에서 쫓겨났다. 해당 노조 조합원이기도 했던 A씨는 곧이어 조직 질서 훼손을 이유로 제명당했다.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착기지회 차들이 건설현장 입구를 가로막았다. 건설사가 민주노총이 아닌 다른 굴착기 사업자들과 계약을 체결한 직후다. 또 현장에서 레미콘 운송을 거부했다. 공사가 모두 중단되자 결국 건설사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에 일하던 굴착기 사업자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노조 굴착기를 임차한다. 건설기계 임대료 단가도 인상됐다.



공정위, 건설노조에 과징금 부과



중앙일보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공사현장 앞을 가로막고 조합원 기계 임대 및 채용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 [건설기계연명사업자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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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는 3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6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을 적용하면서다. 건설사를 압박해 경쟁사업자와의 거래를 하지 못 하도록 강요하고, 노조 소속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제한한 행위가 불법적으로 있었다는 게 인정됐다.

공정위는 건설노조가 이 같은 방식으로 일감을 독점하면서 영향력을 계속 키워왔다고 본다.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건설현장에서 퇴출당했다. 그러다 보니 일감을 따기 위해서는 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부산건설기계지부엔 4383명의 건설기계 사업자가 소속됐고, 이 중 굴착기지회 보유 건설기계만 981대에 달했다.



노조 제재 두번째…“또 하면 고발”



노조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건설사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다. 예컨대 굴착기지회가 요구사항을 들어달라고 집회를 하면 레미콘‧살수차‧지게차 등 다른 노조 소속 건설기계까지 일을 멈추다 보니 현장 전체가 마비된다. 노조 조합원이라고 해도 단체행동에 따르지 않으면 현장에서 배제하고 제명하는 식으로 관리했다.

공정위가 노조의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제재한 건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공정위가 건설기계사업자들이 모인 건설노조는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공정위의 노조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대해서도 사업자단체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태휘 공정위 부산사무소장은 “건설기계 대여시장에서 사업자단체 위법행위를 지속 감시해 동일한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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