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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클럽 '마약 생파'에 마약룸도 등장…강남일대 70명 무더기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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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마약 매매·투약 등을 위해 개조된 서울 강남구 서초동 소재 복층 원룸 전경. 사진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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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15평) 복층 원룸을 파티룸으로 개조해 마약파티를 벌인 유흥업소 직원 이모(37·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동 소재의 이 ‘마약룸’은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1년간 운영됐다. 마약 판매책으로 활동한 이씨는 지인 등 10여 명에게 시간당 2만~3만원의 룸비를 받거나 고가에 술을 팔면서 대마·엑스터시 등 마약 매매와 투약을 일삼았다.

강남구 소재 유흥업소의 여성 직원은 ‘평소 쌓인 접객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클럽에 지인들을 불러 ‘엑스터시 생일파티’를 벌였다.

경찰이 이씨와 유흥업소 직원 등 70명을 추적한 결과, 이들 뒤엔 총책 김모(24)씨가 있었다. 김씨는 텔레그램으로 구매자들에게 돈을 받고, 각지 판매책(드롭퍼)들을 시켜 미리 1g씩 소분해둔 마약을 검정 양면테이프로 둘둘 감은 뒤 지정된 주택가 등에 붙여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비대면 거래)’으로 마약을 거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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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관련 피의자 70명이 무더기 검거된 사건의 총책 김모(24)씨의 하수인 신모씨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물품들. 사진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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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클럽·유흥업소 등에서 마약을 판매한 판매책 18명과 구매·투약자 52명 등 마약사범 70명을 무더기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10개월간 강남의 클럽 4곳과 경기도 고양의 클럽 1곳 등 유흥가 주변을 집중 단속한 결과다. 이중 8명은 증거인멸을 모의하거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죄질이 나빠 구속됐다. 70명 중 40대 투약자 1명을 제외한 전원이 20~30대였으며, 최연소 판매책의 나이는 22세에 불과했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6억2357만원 상당의 마약류와 범죄수익금 1915만원도 압수했다. 압수된 마약류는 합성대마 1391g, 필로폰 74g, 야바 510정, 케타민 113g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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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나 경찰은 정작 총책 검거엔 실패했다. 태국으로 도주한 총책 김모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명수배 됐다. 인터폴엔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단속에서 밀수·제조 등 공급 윗선은 밝혀내지 못했다”며 “김씨에게도 상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총책과 윗선 검거에 모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서울청은 이날 밀수입자와 유통사범에 대한 상시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내 마약범죄는 단순 남용을 벗어나 중독사(中毒死)로까지 치닫는 등 심화되는 양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27일 펴낸 마약류 감정백서에 따르면, 10년 전 연평균 15건에 불과했던 마약류 검출 변사 사건은 2021년 43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필로폰(메트암페타민) 검출이 29건에서 49건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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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마약류사범도 1만 839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검찰청 마약동향에 따르면 올해는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올 1월에만 1044건(1314명)이 단속됐는데, 지난해 1월보다 28.7% 늘어난 수치다. 적발되지 않은 암수범죄를 고려하면 국내 마약 상습투여인원은 최대 5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상습투여인원은 적발 인원의 10~30배로 계산한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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