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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할아버지는 죄인”…5·18 영령 앞에서 사죄한 전두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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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피해자 공개면담 뒤 묘역 참배
5·18 학살 주범 묻자 “전두환” 답변
피해자들 “진실 밝히고 화해의 길로”


매일경제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 내 1묘역 고 김경철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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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5·18 영령과 피해자들 앞에서 “할아버지는 5·18 앞에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사죄했다. 그는 전두환 일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광주에서 생존 피해자, 유족과 만난 뒤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전우원씨는 31일 오전 10시쯤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유족 및 피해자 공개면담에서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이며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의 할아버지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역행했다”며 “광주시민 여러분들은 군부독재 속에서 두려움 속을 이겨내고 용기로 맞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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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피해자와 유가족, 단체 대표와 면담에 앞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가족 김길자씨.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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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의 공개면담에는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마지막까지 항쟁하다 사망한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 같은 해 5월 22일 계엄군의 총에 맞았던 피해자 김길태씨, 고문 피해를 입었던 김관씨 등이 참석했다.

김길자씨는 이날 전씨 앞에서 직접 써온 손 편지를 읽어나갔다. 그는 “큰 용기를 내 여기까지 와 줘서 감사하다”며 “이제부터 차분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상 피해자 김길태씨는 전씨에게 “(전두환씨가) 직접 발포를 지시했다는 말은 안 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전씨는 “어릴 적 궁금한 마음에 할아버지께 5·18에 관해 물어보자 5·18은 폭동이고 우리는 피해자라고 했었다”며 “(전두환씨)스스로는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었고 발포에 대한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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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고 문재학 열사 묘비를 닦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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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학살의 주범은 누구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전씨는 5·18에 대해 “다신 있어선 안 될 대학살의 현장, 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범은 누구나 아는 저희 할아버지 전두환이다”고 답했다.

전씨는 공개면담 이후에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안장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그는 이날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와 공식 사망자 중 가장 어린 전재수군, ‘5·18 사형수’였던 정동년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행방불명자 등 묘역 앞에 섰다. 그는 참배하던 중 자신의 겉옷을 벗어 직접 묘비를 닦는 모습도 보였다.

참배를 마친 우원 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렇게 와서 (희생자를) 뵈니 저의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 중인 전 씨에 대해 귀국 사흘만인 이날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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