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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5년 인연'서 '악연' 됐다…이재명·유동규, 첫 법정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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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공표 3차 공판 출석

李, 자료 통해 조목조목 반박

柳, 증인으로 나서 작심 증언

李측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고

가까운 사이라 판단할 수 없어”

檢 “눈 맞추고 있는 장면 없다고

친분 교류 없다고 말할 수 있나”

李 향해 계란 던진 80대 男 체포

판사 “녹음 땐 퇴정” 이례적 경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거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법정에서 만났다.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두 사람이 법정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 측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과의 친분을 적극 부인했다. 10년 넘게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지내다가 대장동 수사 이후 등을 돌린 유 전 본부장은 이날도 작심한 듯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세계일보

악연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사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 출석을 위해 피고인 이 대표와 증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각각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2010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발탁하면서 알려진 두 사람의 인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악연으로 바뀌었다. 뉴시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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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0년 3월 리모델링 설명회 당시 김 전 처장으로부터 ‘이 대표와 따로 통화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며 “서로 좀 아는 것 같더라”고 증언했다. 당시 김 전 처장이 근무했던 동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김 전 처장이 해당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고, 그로부터 직접 이 같은 말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8월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공동주택리모델링정책위원회 세미나에서도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만난 적이 있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처장이 2013년 성남도개공 입사 전 이미 이 대표와 최소 두 차례 이상 직접 만난 적이 있다는 취지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입사한 뒤 이 대표에게) 같이 보고하러 간 적이 있다”며 “이미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서 겸연쩍게 소개할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같은 법원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배임 혐의 공판에 출석하면서, 이 대표와 대면을 앞둔 소감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고, (이 대표가) 거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 실무자 중 한 사람으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언급했는데, 검찰은 이 발언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이 대표를 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호주 출장에 동행한 바 있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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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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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측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호주 출장에 동행해 함께 찍은 사진 등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는데, 이 대표 변호인은 이를 ‘패키지 여행’에 비유하며 “매일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고, 같이 식사한다고 해서 다른 참석자와 친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제출한 사진과 영상을 보더라도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나 마주 보는 장면은 없다”며 “단지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가까운 사이,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찰나의 순간에 그러한(눈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 없다고 친분 교류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눈을 마주치는 것보다 오히려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사이 좋게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손을 잡은 사진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의 생일을 개인적으로 저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 이 대표 측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친분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가 2016년 1월 김 전 처장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보고받고 결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당시 신문기사를 증거로 제시하려고 했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인연’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솔5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을 지내다가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가 출마하자, 유 전 본부장은 지역 리모델링 조합을 규합하고 이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이 대표가 당선된 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개공의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성남시 내 개발사업을 도맡으며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 대장동 개발사업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도 이때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자 2020년 12월까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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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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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대장동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9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10년간 ‘나는 이재명을 위해서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며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장동 수사 이후 구속된 자신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이 대표 측이 변호사를 보내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이 대표는 지난해 기자 간담회에서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면서도 유 전 본부장이 측근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향후에도 법정에서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본건’인 대장동 배임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유 전 본부장 이름을 250여차례 명시한 바 있다.

한편 두 사람의 대면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날 법정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혼란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입구로 들어서자 80대 남성 A씨가 계란을 던지다 현장에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A씨가 던진 계란은 이 대표에게 닿지 않았다. A씨가 제지되는 과정에서 유튜버와 이 대표 지지자 등이 몰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재판장인 강 부장판사는 공판 시작에 앞서 “(녹음이) 발각되면 바로 퇴정을 명하겠다”며 방청객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백준무·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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