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나요?
지난 1월 21일, 일본 도쿄 나카노에 위치한 한 상영관에서 2019년 뉴스타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영화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기 위해 싸웠던 27년 간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날 열린 도쿄 상영회에만 5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해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만났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화 ‘김복동’ 전국 상영회는 1월 21일 도쿄를 시작으로 1월 28일 오사카, 고베, 1월 29일 시가현, 2월 4일 히로시마, 2월 25일 교토, 3월 25일 가와사키에서 상영회가 열렸고, 5월 27일에는 삿포로에서 상영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 1월 도쿄 상영회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영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일본사회의 역사부정과 왜곡에 대항하는 ‘김복동'의 목소리
지난 2021년 1월 8일 서울지방법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고, 피해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1억 원 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를 제기한 지 7년여 만에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우리 피해자들의 피해를 인정해준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판결이 나온 후인 2021년 2월 15일, 일본 시가현의회에는 결의안이 하나 통과됩니다. 결의안의 이름은 <일본정부에 대한 피해배상 청구소송에 관한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결의>. 결의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고, 일본 정부의 자산이 침해되는 상황에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일본 사회의 인식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전쟁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일본 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시가현의 한 대학에서 인간학을 가르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 계승하는 모임'의 가와 가오루 씨는 모두 열다섯 차례의 수업 중 단 하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수업하겠다는 내용을 강의계획서에 포함했다가, 대학 당국에 의해 폐강될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결국 합의 끝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단어가 포함된 강의 제목을 '전시 성폭력'으로 바꾸고 나서야, 강의가 개설될 수 있었습니다. 가오루 씨에 따르면, 대학 측에서는 특히 ‘일본군'이 강의 제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역사 부정에 당당히 맞서 싸웠던 ‘김복동'
이렇게 일본 사회의 무관심이 계속되자, 김복동 할머니는 스스로 피해자이자 증거로서 사람들 앞에 나서야만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개념도, 피해자의 존재 여부도 몰랐던 일본 시민들은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비로소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사카의 전 시장이었던 극우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발언을 하자, 김복동 할머니는 직접 오사카 시청으로 가서 면담을 요청하고, “강제로 끌려간 ‘증거’가 여기에 왔다"고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투쟁가 ‘김복동'
도쿄에서 성착취,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시민단체 ‘콜라보'를 운영하고 있는 니토 유메노 씨 역시, 김복동 할머니와의 두차례 만남이 피해 여성들을 위한 활동의 근간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2017년 9월 일본의 시민단체인 ‘희망씨앗기금'이 마련한 행사를 통해 김복동 할머니를 직접 만났던, 니토 유메노 씨는 당시 김복동 할머니가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라는 일본어로 자신들에게 인사한 이유를 깨닫게 되면서 무거운 역사의 책임감과 함께 할머니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혐오와 배제가 일상인 재일동포 사회를 위로한 ‘김복동'
재일동포 사회를 향한 일본 정부의 차별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2010년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재일조선학교가 배제된 이후, 2019년부터는 조선유치원도 일본의 무상보육 정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차별은 재일동포들에 대한 혐오범죄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에는 재일조선인들이 모여살던 교토 외곽의 우토로 마을에, 일본인 20대 청년이 불을 질러 민가 여러 채가 불에 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복동의 희망’이 뿌린 씨앗
2018년 김복동 할머니로부터 ‘김복동의 희망'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4명이었습니다. 모두 교토조선중고급학교 재학생들이었던 이들은, 도쿄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직접 김복동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넉넉치 않은 형편, 고교무상화 배제로 인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에게 당시 김복동 할머니가 내민 손길은,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의 시민들보다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 인식
이렇듯, 일본의 시민들마저, 영화 ‘김복동'을 통해 역사에 무관심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일본 정부를 비판합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상처는 전혀 돌보지 않은 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를 향해 손길을 내미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하며, 100년 전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치 않고, 마치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는 듯 말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습니다”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스타파 송원근 siskra@newstapa.org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