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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뒤꿈치 들었다가 '쿵' 해봤니? 트라우마 이기는 '기발한 방법'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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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외상 바로 알기





작은 충격도 반복 땐 불안 장애

약물 중독·암·비만·우울증 불러

마음 안정 찾게 주변 도움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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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대화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젊은 세대에선 ‘PTSD 온다’는 말이 일종의 유행어처럼 쓰인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고 자신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며 ‘PTSD 왔다’고 말하거나 직장 선배가 과격한 언행을 했을 때 ‘PTSD 올 것 같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의학적으로 PTSD는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 이후 나타나는 불안 장애를 말한다. 트라우마는 죽음·질병·위협과 관련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 즉 마음의 큰 충격을 뜻한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교통사고, 화재, 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에 따라 외상 후 성장 경험도



그런데 이런 극한 상황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 도처에 널린 크고 작은 개인적인 문제 역시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지나친 훈육 방식, 친구들의 따돌림, 부부 갈등, 불쾌한 성적 경험 등이다.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는 “예전엔 대형 재난이나 누구나 큰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을 대상으로 트라우마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 개인 차원에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개인적인 스몰 트라우마가 반복될 때도 큰 재난·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비슷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는 뇌에 변화를 유발한다.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편도체, 해마, 전두엽 피질 등에 영향을 미쳐 이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뇌가 과잉 경계 모드가 돼 감정·충동을 억제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트라우마 상황이 발생하면 극도의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에 다양한 증상을 초래한다. 피곤함,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 저림 등의 신체 증상이 생길 수 있고 불안, 걱정, 원망, 화남, 슬픔 등의 감정 반응이 나타난다.

증상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대다수는 수개월이 지나면 예전 상태로 회복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는 “큰일을 겪으면 당연히 충격이나 공포, 놀람, 무기력, 혼돈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이런 감정은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돕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트라우마 경험자의 5~10%는 불가피한 상황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을 넘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낸다. 개인적인 역량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트라우마 사건을 겪기 이전보다 더 향상되는 ‘외상 후 성장’이다. 방 교수는 “외상 후 성장을 이룬 사람들은 대개 회복 탄력성이 높고 사회적인 지지 체계, 즉 연대감을 자주 경험한 사람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원인이라면 PTSD는 일종의 결과다. 트라우마가 불러오는 여러 가지 정신 장애 중 하나가 PTSD다. 일반 인구의 70% 이상은 평생 적어도 하나의 심리적 외상 사건에 노출된다. 대부분은 회복하지만 6~20%는 고통이 지속해 PTSD를 겪는다.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된 장소나 상황 회피 ▶과도한 각성 상태 유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변화 등 네 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할 때 진단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같은 생각과 함께 인지와 감정에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공격적인 성향이나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이 나타날 수 있고 성격이 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PTSD가 무서운 건 일상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학생의 경우 등교를 거부하거나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며 외부 출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성인 역시 직장인, 가정주부처럼 기존에 잘하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방 교수는 “PTSD가 만성화하면 다양한 건강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 경험은 성인이 된 후 알코올중독이나 약물 남용, 고도 비만, 우울증, 심장 질환, 암, 만성 폐 질환 등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트라우마를 떨쳐내도록 도와 PTSD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는 게 급선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함으로써 감정적인 해소를 돕고 안정감을 유도한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또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전달하고 받을 수 있는 도움이 뭔지 세심하게 알려줘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마음먹기 달렸다’식 조언은 금물



마음의 고통을 해결해 주려고 애쓰기보다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점을 도와주는 편이 낫다. 방 교수는 “‘네 맘 먹기에 달렸어’ ‘다 잊어버리면 된다’는 식의 섣부른 조언은 도움되지 않는다”며 “개인마다 기억이 처리되는 시간이 다르므로 충분히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PTSD가 의심될 땐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요구된다.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고 트라우마 사건을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이다. 학습된 공포를 역으로 되돌려 사고에 대해 편안한 감정을 느끼도록 학습하는 노출 치료도 도움된다. 증상이 심할 땐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 항우울제나 기분 안정제, 항불안제 등이 치료에 쓰인다. 최 교수는 “결국 트라우마에 더는 휘둘리지 않고 다른 많은 기억 중 하나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며 “주변의 지지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트라우마 극복 돕는 마음 다스리기 처방

1 일상에 집중하라

특정한 사건을 겪은 후 긴장·걱정·불안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생각을 갖는다. 지루하거나 단조롭게 지내는 환경에선 자신도 모르게 안 좋은 생각에 빠져들기 쉽다. 몸을 좀 더 움직여 몰입하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당장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문제는 조금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수면·식사·활동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에 좀 더 집중한다.

2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라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면 감정적인 해소가 이뤄져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된다. 본인이 겪었거나 알고 있는 일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감정적으로 어려울 땐 굳이 ‘남에게 빨리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충분히 사건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소화할 수 있을 때 표현하는 게 가장 좋다.

3 안정화 기법 활용하라

불안감·두려움을 느낄 때면 몸은 웅크려지고 목·어깨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호흡·맥박이 빨라진다.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자세는 불안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된다. 이럴 땐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취함으로써 몸의 긴장을 풀고 불안한 생각을 줄일 수 있다.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심호흡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내쉴 때 꺼지게 하는 복식호흡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면서 발이 땅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는 착지법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스스로 좌우 어깨를 토닥토닥하면서 안심시키는 나비 포옹법을 실천하면 초기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된다.

4 경험자와 공유하라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회복 과정을 들어보거나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초기엔 스스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 모두 이질적으로 생각되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이 적절한 것인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경험자의 얘기를 들으면 안심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져 회복하는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기다릴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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