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해법’ 거부한 생존 피해자 동의 구해야
호응조치 없는 日…피해자 설득 동력 떨어져
野 국조추진·후쿠시마 방문…대정부질문 공세
尹대통령 지지율 하락…與 “거짓 선동” 방어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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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비롯해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정부 해법안인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3명의 생존 피해자를 설득하는 문제도 피해자들이 면담을 거부하면서 요원해졌다. 야당은 한일 정상회담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공세에 고삐를 바짝 쥐었다.
‘면담 거부’ 생존 피해자 설득 험로…日 호응조치 없으면 명분도 떨어져당초 1일로 예정됐던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의 면담이 무산됐다. 외교부는 면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이춘식 어르신측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법안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피해자 측을 만나는 만큼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피해자 측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도 박 장관과의 면담을 거부한다는 뜻을 외교부에 전했다.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을 피해자에 우선 지급하는 정부 해법안의 핵심은 피해자 측의 동의 여부다. 민법 제469조 제1항에 따르면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에는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해자 측이 끝내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공탁하는 형식으로 채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데,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닌 또다른 논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피고기업이 채무 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법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기여와 직접 사죄 등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 측에만 이해를 구하는 것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끌어내면서 피해자 측을 설득하는 이중고에 갇혔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재단과 함께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에 대해 충실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한국 영토인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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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후죽순 일방적 보도…野, 국조추진·후쿠시마 방문 공세일본은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한 호응 조치는커녕 연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방적 주장을 잇달아 보도하면서 한국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 언론이 독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및 오염수 방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하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해명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야당은 강제징용 해법안을 포함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공세 고삐를 바짝 쥐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82명은 지난달 29일 ‘일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및 굴종적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은 ▷제3자 변제안과 구상권 포기 관련 법적 의혹 ▷정상회담에서 독도·위안부 관련 논의 여부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 해제 요구 등을 조사 범위로 제시했다. 정의당은 정상회담 관련 의혹 규명은 국정조사로 풀 사안이 아니라며 불참했다.
또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저지 대응단’ 소속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이원택 의원 등은 오는 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도쿄전력을 시찰하고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면담, 후쿠시마 지역 어민을 만날 예정이다. 다만 주한일본대사관에 일정을 문의했으나 조율이 되지 않아 실제 시찰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양이원영 의원은 3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고 일본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죽 답답하면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가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제주 4·3 75주년 추념식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제1책무”라며 “괴담 운운하며 책임 회피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 수호에 총력을 다하라”고 밝혔다. 제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다.
국민의힘은 “일본 언론에 근거한 괴담”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당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민감한 국민 먹거리를 두고 없는 일을 마치 있는 일인 것처럼 거짓 선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광우병 괴담’을 떠올리게 된다”며 “사회 갈등과 대립을 키워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민주당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예정된 대정부질문에서도 강제징용 해법안과 한일 정상회담 관련 현안과 관련한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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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지지율 휘청…공개발언으로 정면돌파 나서나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2일) 한일 정상회담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그런 국정조사가 있는지 전례를 국회에서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후쿠시마 시찰에 대해서는 “가서 후쿠시마 수산물 절대 수입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일본 측에 잘 전달해 달라”고 했다.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 여파가 윤 대통령 지지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어 3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4%p 하락한 30%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2%p 상승한 60%였다.(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국민담화 성격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으로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지만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공개 발언으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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