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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삼표그룹 회장은 어쩌다 중대재해법 ‘오너’ 1호 기소가 되었나 [박일한의 住土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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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 삼표그룹 회장에 책임 물어

경영계, “대표이사, CSO 두고 오너에 책임 묻는 건 불합리”

노동계 “중대 재해 예방, 토대 될 것” 환영

검찰 “실질적 권한 행사했다면 오너도 기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건설현장은 위험합니다. 수십 톤, 수백 톤의 건설장비와 폭발물로 돌을 깎고 바위를 뚫어야 합니다. 초대형 파이프와 수많은 철근을 옮기고 박죠.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 건설 현장에선 추락의 위험이 늘 숨어 있습니다. 타워 크레인이나 수십 미터 높이의 항타기는 잊을 만 하면 쓰러집니다. 플랜트 건설현장에선 폭발 및 화재 위험이, 다리 공사 현장에선 붕괴 가능성이 늘 상존합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선 매년 평균 500여명의 근로자가 사망한다고 합니다. 일반 산업과 비교해 10배 이상 많습니다. 작업 가능일 수를 기준으로 매일 2명이상 사망하는 꼴입니다.

그러니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건설회사 사업주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오너)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책임의 범위가 그룹 회장 등 오너까지 올라가는 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대기업은 건설 현장이 수십 개나 됩니다. 현장 실무자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소유주가 구속된다면 경영활동 자체가 위축된다는 겁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영책임자’ 범위를 실제 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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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이 설치된 서울시내 고층 건물 공사 현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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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국내 한 대기업 회장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첫번째 그룹 오너 사례입니다. 지난달 31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해 1월 경기 양주시 채석장 토사붕괴로 3명이 숨진 ‘중대재해법 1호’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입니다.

논란은 커질 조짐입니다. 노동계는 “검찰이 ‘실질적, 최종적 권한’을 행사한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경영상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영단체들은 “회장이 그룹사 개별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판단하기 참 어렵습니다. 해당 법인이 소속된 기업집단의 오너를 중대재해법의 대상인 경영책임자로 해석하는 게 타당한가요? 반면, 해당 법인의 실질적 업무를 책임지는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물론 이번 사건에서 대표이사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되긴 했지만 중대재해법에 비하면 한참 낮은 양형기준이 적용됩니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건설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사 회장들은 위험해 진 걸까요? 삼성 래미안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난다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할까요? 현대건설이 원전을 짓다가 인사 사고가 난다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걸까요?

법조계에선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사고 케이스별로 각각 달라질 거라고 보네요. 이번에 검찰이 삼표그룹 회장을 기소한 건 그룹 오너여서가 아니라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기소 이유를 보면 정 회장은 ‘작업 방식을 최종 결정’했고, ‘반복적 발파 등 채석작업을 계속하면 불안정성이 높아질(무너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에게 안전보건 업무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검찰은 사고에 대한 경영책임자 범위를 대표이사나 CSO 등 직함과 관계없이 실질적이고 최종적 권한을 행사했다면 오너까지도 기소할 수 있다는 법의 취지를 적용했다는 겁니다.

이번 검찰의 그룹 오너에 대한 기소가 법원에서 최종 어떻게 판결될지 궁금합니다. 어찌 됐든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법인 뿐 아니라, 해당 법인이 소속된 기업집단의 소유주도 관련법에서 정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건설업 산재 사망율 1위라고 합니다. 중대재해법 관련 각종 논란과 검찰 및 법원의 판단이 이런 멍에를 벗고 건설현장이 보다 안전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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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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