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아닌 상하이에서 방중 시작…대놓고 친중노선
[브라질리아=AP/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투 궁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검토 각료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100일간 3대 교역국인 미국·중국·아르헨티나를 방문하며 실리 외교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2023.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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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12일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 나흘간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룰라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두 나라 사이 경제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친중' 정책과 함께 미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이런 의도는 첫 방문지를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로 택한 데서 두드러진다.
상하이 도착 다음 날인 13일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자 신개발은행(NDB) 총재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NDB는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달러 기축 통화 체제에 맞서 2015년 설립한 국제 금융기구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며 부패 혐의로 물러난 호세프 전 대통령을 NDB 총재로 지명했다.
러시아와 손잡고 사우디를 포섭, 위안화 유통망을 확장하고 달러 기축 통화에 도전장을 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다. 중국과 브라질은 이미 달러를 중간 통화로 사용하지 않고 위안화 또는 헤알화를 직접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협약을 최근 맺었다. 두 나라 중앙은행은 브라질 내 위안화 청산 결제은행 설립도 합의한 상태다.
이 협약은 지난달 21일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 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와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연장선 성격을 띤다. 러시아와 석유 거래에서 '페트로달러'가 아닌 '페트로위안화'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브라질은 수입의 20%, 수출의 3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두 나라 교역액은 1505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 1호 제재 대상 화웨이 연구·개발 혁신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다. 미·중 패권 다툼에서 중국 편에서 중국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표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을 화나게 할 수 있는 룰라 대통령의 화웨이 방문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14일에는 베이징에서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리창 국무원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과 순차적으로 만난다. 시 주석과 룰라 대통령은 중국과 아시아,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참여를 비롯해 농업, 의료, 교육, 금융, 과학 등 20개 양자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화회담 논의도 예상된다.
룰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는 2001년 브라질 노동자당 명예주석 신분으로 처음 중국을 방문한 이후 2004년과 2009년 국빈 방문에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는 '남미의 트럼프'로 통하던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정반대로 중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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