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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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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만 아니면 합격이래요” 고령 운전자 사고 심각한데 병원 ‘돈벌이’ 된 적성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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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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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택시기사이시죠? 합격하게 해드릴게요.” (A병원)

“치매만 아니시면 사정 많이 봐드립니다.” (B병원)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병원의 의료적성검사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대책으로 마련된 게 정기적인 운전역량 검사 의무화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민간 의료기관이 쉽게 합격할 수 있다는 홍보로 고령 운전자를 유혹하고 있다.

실제 병원들을 취재한 결과, 돈만 내면 사실상 합격을 보장해준다는 식의 홍보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검사비도 병원마다 들쑥날쑥한 것도 문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선 2만원이지만, 병원에선 최대 7만원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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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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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만 65세 이상의 화물차, 택시기사, 사업용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고령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만 65세 이상은 3년, 만 70세 이상은 매년이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데에 따른 대책이다.

검사는 2곳에서 가능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자격유지검사를 받거나, 민간 의료기관에서 의료적성검사를 받는다. 공단에선 2만원에 가능하다.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은 최대 7만원을 내야 한다.

가격 차가 크지만, 오히려 고령운전자들이 민간 병원에 몰리고 있다. 검사는 현재 및 과거 병력, 신체 계측, 혈압, 혈당, 시기능, 인지기능, 운동 및 신체기능 등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병원의 경우 공단보다 훨씬 합격이 쉽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고 있다. 병원에서도 암암리에 이를 홍보하기도 한다.

실제 병원들에 문의한 결과, “검사 전에 충분히 연습을 하고,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 “혈압, 혈당 등 항목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항목은 떨어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등으로 시험을 설명했다.

문제는 병원 선정부터 검사비 책정 등에 관리 감독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데에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장비와 인원을 갖춘 의료기관들은 자율적으로 의료적성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즉, 허가나 심사로 민간 병원이 이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일정 장비 등만 갖추면 어느 병원이든 검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검사비 역시 정해진 가격이 없어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실제 몇몇 병원을 확인해보니, 최소 3만원에서 최대 7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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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성검사 시행 의료기관 리스트. 빨간 원 안을 클릭하면 리스트를 다운 받을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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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선 홈페이지 내에 검사가 가능한 일부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사실상 합격을 보장해준 병원들도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 병원들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70대 이상 택시기사는 3만7337명에 이른다. 90대 이상 초고령 택시기사도 있다. 운전 실력을 확인하는 검사가 중요한 이유다.

병원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검사 과정을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고시 상으로는 지도·감독 권한이 있으나 의료기관에 대한 처분 규정은 따로 없다”며 “공단과 함께 의료적성검사 개선 방안을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련해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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