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관석 의원실 앞에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잡고 강제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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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토대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휴대전화 녹음 파일 외에도 관계자 진술과 자료에 근거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수사 대상자들은 “진술에 의존한 정치 기획 수사”라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은 13일 전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민주당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 송영길 전 대표의 박아무개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이날 <한겨레>가 입수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검찰은 2021년 4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 등 송영길 전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 국회의원, 지역상황실장 등 최소 40명에게 50만~300만원씩 모두 9400만원의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단순 돈봉투 전달보다) 지시·권유가 형량이 더 높다. 어제 (지시) 관련성 높은 사람을 피의자로 명시했다”며 “압수수색 대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당법은 당대표 경선에서 선거인에게 금품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를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아무개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현금을 제공하자’고 지시·권유했으며, 민주당 국회의원 10여명에겐 윤 의원이 직접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금품이 전달되는 과정에 송영길 전 대표가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전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에 착수한 계기는 이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이다. 이 전 부총장은 복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자동 통화 녹음 기능을 사용해 수년간 지인들과의 통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해당 녹취 파일에서 비롯된 수사는 여러 건이다. 검찰의 노웅래 민주당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수사,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채용 개입 의혹 수사 모두 이 전 사무부총장 휴대전화에서 출발했다.
이 전 사무부총장 쪽은 검찰이 자신들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녹취 파일에 근거해 다른 사건 수사를 벌이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압수한 파일을 분석하다가 영장에 명시된 사건과 다른 추가 범행을 발견하면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거나, 들여다 볼때 압수물 소유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변호인은 “(이 전 사무부총장은 휴대전화가)녹음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명시된 사건과 관련성 있는 부분만 들여다봐야 한다”며 “지금 사건들은 기존 알선수재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는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들은 반발 중이다.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정근씨는 선거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4명 이상 밥도 못 먹던 때다. 선거운동 자체가 비대면 선거로 치러졌다. 그런 상황에서 대의원 만나 밥 먹고 술 먹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입장문을 내며 강력 반발했다. 윤 의원은 “일부 언론의 본 의원의 녹취 관련 보도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을 상황과 관계없이 마치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하여 왜곡했다”며 “지난 2021년 5월 전당대회가 2년이나 지난 지금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검찰의 수사는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국면전환을 위한 검찰의 정치기획 수사”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이 전 부총장과 관련해 보도된 의혹들과 전혀 관련 없으며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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