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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304명 못지킨 국가, 유죄는 ‘말단’ 1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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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의 금속 조형물이 녹에 부서져 있다. 진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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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해경들에게 조난사고에 대한 교육훈련을 소홀히 하는 등 해경 지휘부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으므로, 피고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2015년 7월 김경일 전 123정장 2심 판결문)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 승객들에게 퇴선유도·퇴선명령을 지시하는 등 최선의 방법으로 구조 지휘를 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를 다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2023년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2심 판결문)

2014년 4월16일 304명을 구조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흘렀지만 참사의 책임을 묻는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재판은 ①선장·청해진해운 등 민간의 침몰 원인 ②123정장·해경 지휘부의 구조실패 ③국군기무사령부의 유가족 사찰 등 2차 가해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선장·청해진해운 재판은 2016년 유죄로 끝났지만, 국가의 책임을 묻는 구조실패와 2차 가해 재판은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년 동안 세월호 구조실패의 책임을 물어 ‘유죄’가 선고된 해경은 김경일 당시 123정장이 유일하다. 구조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소된 해경은 모두 12명이었지만,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현장지휘관 김경일 정장(2014년 기소)만 징역 3년이 확정됐다. 2020년 ‘뒤늦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은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2015년 김경일 정장 재판에서 법원은 “해경 지휘부의 공동책임”을 언급하며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023년 법원은 김석균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경 지휘부 11명의 재판에서 쟁점은 승객 퇴선을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였다. 1·2심은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해 해경의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관리 책임”은 질책할 수 있지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의 참사 관련 고소·고발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정일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2015년에 (해경 지휘부가) 기소됐더라면 유죄 판단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의 관심이 옅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구조실패 책임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김경일 정장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김석균 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은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출범한 뒤에야 비로소 재판에 넘겨졌다.

한겨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지난 2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경 지휘부 2심 무죄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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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참사 초기 진술을 법정에서 완전히 뒤집었고, 법원은 그의 법정 진술을 받아들여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오전 8시49분) 당시 상황실에 없어 구조 활동을 하지 못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 “오전 9시 10분에 상황실에 있었다”(2015년 세월호 청문회)고 주장했던 김 전 해경청장은, 2021년 법정에선 “(상황실에 들어선 시각은) 9시28분”이라고 말을 바꿨다. 1·2심 재판부는 법정 진술을 근거로 “(김석균 전 청장이)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는 등 조처를 했다”고 판단했다.

국가는 구조실패 책임 회피에서 나아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에도 앞장섰다.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사찰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간부 6명이 2018년과 2019년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초기 대응 실패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기무사는 세월호 티에프(TF)를 구성하고, 유족들의 상황을 파악해 기무사 지휘부와 청와대에 보고했다. 2심은 “기무사의 수집 첩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 정보, 사생활, 진상규명 활동 등에 집중됐고 수집범위 역시 광범위하게 무차별적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고위인사의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 사건은 2심에서 무죄를 받고 오는 27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안건을 의결하려는 것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특조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면서도 “이런 행위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고 박수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잘 밝혀져서 책임자 처벌이 이뤄졌다면 그 자체가 교훈이 되어 공무원들이 더 일을 잘하게 됐을 텐데, 진실규명부터 책임자 처벌까지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다”며 “이태원 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 공무원 조직에 남는 것은 ‘책임 회피’ 기술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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