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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뎅기열 잡는 '불임모기' 수십억 마리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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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기 프로그램, 브라질에서 시범 사업

박테리아 감염 불임 숫컷 모기 대규모 방사

전체 모기 개체 수 줄여 뎅기열 등 방제 효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다. 과학자들이 특정 박테리아에 감염된 '불임 모기'를 이용해 뎅기열 등 전염병 모기를 퇴치하는 기술 개발을 마치고 브라질에서 대규모 시범 방제에 들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시아경제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최근 비영리 재단인 '세계 모기 프로그램(WMP)'은 내년부터 10년간 브라질 도시 지역에서 뎅기열 예방을 위해 특정 박테리아에 감염된 '불임 수컷 모기' 수십억 마리를 매년 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WMP는 지난 몇 년 동안 브라질, 호주,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볼바키아 박테리아(Wolbachia bacterium)를 이용해 뎅기열 등 열대성 전염병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를 방제하는 연구를 실시해왔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는 불임이 돼 암컷 모기와 교미를 해 알을 않아도 부화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이같은 불임 모기가 늘어나면 전체 모기 개체 수도 감소해 전염병 전파도 줄어든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카운티 정부가 민간 회사와 함께 개발해 이집트숲모기 개체 수가 95%나 감소한 성과를 얻었었다. 이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생명과학 사업부문인 베릴리가 합류해 호주 등 여러 곳에서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WMP는 브라질 파트너인 오스왈드 크루즈 재단과 함께 2024년부터 이같은 연구 결과를 스케일 업한 대규모 시범 모기 방역 사업을 실시한다. 매년 최대 50억 마리의 박테리아 감염 불임 수컷 모기를 생산해 방사할 계획이다.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뎅기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매년 200만명 이상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번 대규모 방사 실험이 그동안의 성공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모든 벌레 종류의 절반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이집트숲모기는 일반적으로 잘 감염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집트숲모기 수컷을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시켰더니 불임이 돼 모기 개체 수를 줄여 전염병 발생률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따로 개발했다.

지역 간 편차의 극복도 과제다. 열대 우림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선 뎅기열 발생이 77%나 감소했다. 브라질에서의 경우 5개 도시에서 실험이 실시됐는데, 니테로이 지역에선 뎅기열 발생이 69% 줄었고,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38% 감소했다. 이는 환경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컨대 야생 모기 개체 수가 더 많은 곳일수록 볼바키아 박테리아 감염 수컷 모기 방사는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반면 리우데자네이루처럼 대도시 지역에선 인근 주민들의 불신 등에 따라 모기 방사에 지장을 받으면서 다소 성과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WMP 측은 드론이나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통해 최대한 빨리 더 많은 볼바키아 박테리아 감염 수컷 모기들을 방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모기 개체 수의 감소가 일반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브라질 보건당국도 이같은 박테리아 감염 불임 모기를 이용한 방제 기술을 승인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이달 말 매개체 통제 자문그룹(Vector Control Advisory Group) 회의에서 승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루치아노 모레이라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 수석 연구원은 "이번 박테리아 감염 모기를 이용한 방제가 성공적이라고 하더라도 백신 등 다른 공공 보건 수단도 계속 사용해야 한다"면서 "불임 모기 이용 방제는 보완적인 수단에 불과하며 통합적인 방역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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