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인접해 전세 수요 끊이지 않아 '역전세난' 가속화
동탄호수공원 |
자 모임' 단체 대화방에서는 이 같은 대화가 다수 오갔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3채를 소유한 A씨 부부, 동탄 등의 오피스텔 43채를 소유한 B씨와 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이다. 갑작스레 임대인들로부터 보증금 반환 불가 통보와 함께 소유권 이전을 요구받은 뒤 함께 대책을 공유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피해자 중 다수가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기에 대화방에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한 참여자는 "(이번 사건으로)사회 초년생 인생이 망하게 생겼다"며 "결혼이고 출산이고 집이 해결돼야 뭘 하지"라고 걱정을 쏟아냈다.
또 다른 참여자는 "회사에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퇴근하고 방에 와서도 불도 켜지 않은 채 누워만 있었다"며 "뒤늦게 취직해서 모은 돈을 다 날리게 생겼는데 결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피해가 청년층에 집중된 이유는 동탄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오피스텔이라는 주거 형태가 결합한 결과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등 기업체들과 인접한 동탄신도시는 매년 신규 채용이 몰리는 시기마다 집을 구하려는 사회 초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매매나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고, 이러한 수요가 집값 하락 국면을 만나자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역전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오피스텔은 빌라와 마찬가지로 실주거보다는 투자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다 보니 평소에도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기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한다.
동탄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2020∼2021년 역전세 현상이 두드러졌고, 오피스텔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1천만원 이상 올라가기도 했다"며 "그래도 방을 구할 사람은 구해야 하니 전세 매물은 금방 빠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받는 시민들 |
A씨 부부 등도 이런 점을 노려 주택 매입 후 전세 임대를 통해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제가 없다는 부동산의 설명만 믿은 청년들로선 알 길이 없었다.
임차인들은 공인중개사가 1억원 한도의 공제증서를 써 주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말로 안심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해당 공제증서는 중개인의 1년 계약 전체 건수의 보장 한도가 1억원임을 의미하는 것일 뿐, 개별 계약마다 1억원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기에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효용이 없다.
A씨 소유 오피스텔의 한 임차인은 "혹시나 해서 집주인에 대해 몇 가지 상세한 질문을 했더니 부동산에서 문제가 생길 리 없고, 생겨도 책임진다고 되려 윽박지르듯 말했다"며 "전세 보증보험 가입도 된다고 하고 공제증서도 있기에 의심을 거뒀는데 탈이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피해가 비교적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층에 집중됐지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런 식의 전세금 피해는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거나 세금 체납이 있는 경우라도 가운데에 위치한 중개사가 세부 내용을 설명하지 않거나 '문제없다'는 식으로 넘기면 이를 간파하는 게 쉽지 않다"며 "특히 지금처럼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 전세라는 제도 특성상 고액의 보증금을 건네 둔 임차인들이 불리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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