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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또 폭발한 스타십…'중꺾마'한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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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첫 완전체 발사 시험, '절반의 성공'

"축하한다!"

20일(현지 시각) 실패로 끝난 '인류 첫 행성 간 수송체' 스타십(Starship)의 첫 번째 발사 후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건넨 말이다.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강조한 셈이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흥미진진한 스타십 시험 발사를 진행한 스페이스X팀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수개월 내 다음 시험발사를 위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또 "이런 실험을 거쳐 우리가 배운 것들로부터 성공이 나온다"면서 "오늘의 실험 결과는 스페이스X가 인류의 다행성 거주의 꿈(life multi-planetary)을 이루는 과정에서 스타십의 신뢰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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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의 '스타베이스(Starbase)'에서 발사되고 있는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Sta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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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기로 유명한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나 최근 인수한 트위터는 물론 스페이스X에서도 악명이 높다. 이같은 멘트는 가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우주발사체, 특히 스타십같이 인류 최초의 행성 간 여행을 실현해줄 수 있는 초대형ㆍ초강력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악덕 고용주'인 머스크조차도 기왕 엄청난 돈을 들인 만큼 성공을 위해선 일시적 실패에 대해 질책보다는 꾸준한 격려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나온 발언일 것이다.

머스크도 속이 쓰리긴 할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돈 안 되는' 스타십 개발에 쏟아붓고 있지만 쉽게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스타십의 랩터 엔진 개발이 늦어지자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내년까지 완성 못 하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머스크도 '중꺾마'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과 직원들은 물론 스페이스X도 사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실제 스페이스X 측은 이번 스타십 발사가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전 8시33분쯤 텍사스 스타베이스(Starbase)에서 발사된 스타십은 4분 후 폭발해 목표 궤도(약 220km)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발사 후 기체에 압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이른바 맥스-Q 지점을 무사히 통과했다. 일단 스타십의 기본적 비행 성능과 내구성은 확인됐다는 얘기다. 발사 1분20초 후 스타십이 맥스-Q 지점을 통과하자 캘리포니아 호손 소재 스페이스X 본부에서는 환성이 터져 나온 이유다. 가장 큰 성공 포인트는 완전체의 첫 비행임에도 높은 고도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1단부 슈퍼헤비 부스터와 2단부 십24를 따로 시험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결합해 완전체 발사를 시도, 무사히 이륙한 다음 최대 고도 37km까지 상승하는데 성공했다. 발사 과정 또는 직후 폭발해 애써 돈을 들여 만든 거대한 발사대나 우주기지가 파괴되는 최악의 사태도 피했다.

다만 33개의 1단부 랩터 엔진 중 3개가 발사 과정에서 점화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고, 이후 2개가 더 고장 나 작동을 멈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발사 3분 후부터 예정됐던 슈퍼헤비 엔진 정지와 단 분리 및 2단부의 6개 엔진 점화 등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 뼈아팠다. 스페이스X는 단 분리가 진행되지 않자 자폭 명령을 내렸고, 발사 4분 후 텍사스 상공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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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20일 오전(현시 시각) 발사한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Starship)이 발사 4분 후 폭발했다. 사진출처=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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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들도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얻었다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스페이스X의 존 인스프러커 수석 통합 엔지니어는 "오늘의 시험 비행은 개발 과정에서 진행됐으며 처음 실시한 것인 만큼 데이터를 모으는 게 목표였다"면서 "발사대를 청소한 후 다음번 시험 발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십은 머스크가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후 2030~40년대 화성 이주를 장담하면서 만들고 있는 역대 최대ㆍ최고 성능의 우주발사체다. 높이 120m·직경 9m의 크기에 추력은 약 7500t으로 최대 100명ㆍ150t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실어 나를 수 있다. 2016년 이후 본격 개발 중이며 2025년 이후 실행될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착륙 탐사에도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수차례의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당초 지난해 5월로 예정됐던 첫 궤도 시험 비행이 1년 가까이 미뤄진 이날 실시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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