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 1nm 이하 분해능 기술 개발
수십억짜리 전자현미경 성능 필적, 저소득 국가 연구자들 '환호'
최근 독일 연구팀이 발명한 현미경 기술을 두고 과학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싸고 평범한 광학 현미경으로도 수십억 원 이상의 값 비싼 전자 현미경에 필적하는 정밀한 이미지를 관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광학 현미경.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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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독일 괴팅겐 대학병원 연구팀은 지난달 기존 광학 현미경의 한계를 깬 새로운 'ONE(one-step nanoscale-expansion) 광학 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관련 논문을 사전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했다.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은 200나노미터(nm)보다 작은 물체를 관측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돼왔다. 2014년 10nm 크기까지 정확히 관찰할 수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광학적 기술을 사용해 단백질에 부착된 형광 분자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분해능을 높였다. 2015년엔 미국 MIT대 연구팀이 확장 현미경(expansion microscopy) 기술을 개발해 20nm까지 해상도를 높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기저귀에서 사용하는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는 흡수성 화학물을 사용해 세포 조직을 팽창시켜 서로의 거리를 떨어지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이 기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실험실에서 채택하는 등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이보다 훨씬 더 우수한 1nm 이하까지 분해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 정도면 수십억원대 이상의 값 비싼 저온 전자 현미경이나 X선 현미경처럼 단백질 하나하나의 모습을 확인하는데 충분한 해상도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우선 확장 현미경 기술의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단백질 샘플을 고정시킨 후 화학물질이 첨가된 물을 부어 크기를 1000배 이상으로 부풀려 분자 단위로 떨어지도록 했다. 이어 열이나 효소를 사용해 단백질을 분해해 개별 조각들을 각자 일정한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방법도 결합했다.
기초지원연구원의 초고전압 투과 전자현미경(HVEM) 시연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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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같은 방법으로 신경 세포 분자인 'GABAA 수용체'와 뇌에서 청각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토펠린(otoferlin) 단백질을 관측했다. 이 결과로 나온 이미지는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인 구글 알파폴드(AlphaFold) 딥러닝 네트워크로 예측한 구조와 거의 흡사했다.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 1nm 이하의 미세한 단백질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팀의 방법이 0.2nm 이하 원자 단위에 근접한 분해능을 보이는 저온 전자현미경을 능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자 현미경은 다루기 까다롭고 비싸서 과학자들이 이용하기 힘들다. 일반 광학 현미경보다 400배 이상 성능이 뛰어나고 3D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기관의 상세 이미지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흑백 이미지만 가능하고 작동이 복잡하며 죽은 유기체만 볼 수 있다. 고압 전류와 냉각 장치가 필요하며 방사선 누출 위험도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ONE 현미경 기술은 과학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쉽게 분자 단위 물체의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혁명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중ㆍ저소득 국가의 많은 연구자들은 고성능 현미경에 대한 접근성 부족에 시달려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대체 수단으로 급격히 부상할 전망이다. 장비가 잘 갖춰진 선진국의 부유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연구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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