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전세계 코로나 상황

"중국, '코로나 책임 회피' 위해 연구논문·DB도 검열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YT "중국 정부, 과학계 압박... 전 세계에 악영향"
2020년 초 '코로나19 전파력' 연구논문 철회 압력
"결정적 순간에 바이러스 정보 제공 실패" 지적
한국일보

2020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의 전쟁'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 근처에 머무르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초,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은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사망 위험도’ 등을 연구한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후 이 논문은 조용히 철회됐다. 연구 방법이나 결과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실제 일어난 일이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그러나 그 직후부터 전 세계를 휩쓸어 버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얘기다. 공교롭게도 해당 논문의 발표일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코로나19'로 명명된 날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의 집요하고 치밀했던 코로나19 정보 통제의 ‘서막’을 이같이 전하면서 “중국의 검열이 코로나19 스토리를 ‘조용하게’ 다시 쓰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중국 당국이 연구 논문과 데이터베이스(DB) 등에 검열의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의 이러한 압박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전인미답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인류가 찾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과학의 토대까지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과를 야기한 셈이다.

중국 정부 비판 무마하려다…전 세계에 악영향

한국일보

2022년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이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NYT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표가 번복된 코로나19 논문은 최소 12개 이상이다.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 양상’을 비롯,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연구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집단 발병이 일어났던 중국 우한 의료진의 우울감, 주로 어린이들에게 퍼진 남부 지방 대유행 등을 다룬 논문도 공개가 취소됐다. 이 같은 ‘사후 통제’를 넘어, 중국은 아예 2020년 4월부터는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상대로 대대적인 사전 검열에도 들어갔다. 특히 발원지에 관한 논문은 3단계 심사를 거쳐야만 출판이 가능해졌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비판을 무마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우선 ①코로나19의 정확한 발병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발병을 보고한 시점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그러나 2020년 3월 영국 학술지의 한 논문에는 “2019년 12월 중순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환자들로부터 표본을 얻었다”고 적었다. 중국의 공식 보고 이전에 이미 감염병이 퍼졌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인데, 연구진은 표본 채취 시점을 ‘2020년 1월’로 바꿨다가 다시 ‘2019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1월 1일 사이’라고 고쳤다.

물론 데이터 오류나 비윤리성이 발견된 연구도 철회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논문은 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 철회 관련 정보를 다루는 ‘리트랙션 워치’의 대표 이반 올랜스키는 “학술지에서는 중국의 연구를 싣거나 이를 판매하려고 정부 요청에 굴복하곤 한다”고 말했다.

중국 방해에 아직도 미궁인 ‘코로나 기원’

한국일보

2020년 1월 2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화난 수산시장이 문을 닫은 모습. 이 시장에서 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났다. 우한=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②대유행 3년이 지나도록 코로나19 기원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는 것도 중국 탓이 크다. 국제사회의 연구에 비협조로 일관할 뿐 아니라, 데이터 은폐 정황마저 있다. 지난달 국제 연구진은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채취한 코로나19 양성 유전자 표본에 ‘너구리’의 유전자가 상당량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 연구진은 이미 3년 전 이를 수집·분석했으면서도, 올해 1월에야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공개했다가 도로 삭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데이터는 3년 전 공유될 수 있었고, 공유됐어야만 했다”고 쏘아붙였다.

일각에서는 ③중국이 세계의 과학 연구를 뒷받침하는 유전자 DB에도 ‘마수’를 뻗쳤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021년 6월 미국의 한 연구자는 “미 국립의학도서관이 관리하는 DB에서 2020년 초부터 중국 우한에서 수집된 유전자 데이터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은폐 정황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전자 DB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의 통제는 안팎에서 지속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국학술정보원(CNKI)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을 제한한 데 이어, 자국 과학자들에겐 ‘국제 학술지가 아닌 국내지에 논문을 실으라’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중국이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곳에서 발원했을 가능성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NYT는 중국의 검열에 대해 “세계의 ‘가장 결정적 순간’에 의학계 및 정부에 중요한 바이러스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날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최소 657만 명에 달한다. 애초부터 객관적·과학적인 데이터가 공유됐다면, 어쩌면 감염병 위력도 훨씬 약했을지 모른다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