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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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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가짜뉴스' 1조 배상 폭스뉴스, '간판 앵커' 칼슨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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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이 조작됐다는 이른바 '개표기 조작 사건' 음모론을 확산시켜 개표기 업체에 1조원을 물게 된 폭스뉴스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간판 앵커 터커 칼슨(53)을 사실상 내쫓았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 확산을 둘러싸고 미국 사회에 논란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2016년부터 자기 이름을 내건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해온 보수파 정치평론가 겸 스타 앵커인 칼슨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그는 방송에서 인종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을 펴 미국 우파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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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커 칼슨 투나잇'의 진행자인 터커 칼슨이 2017년 3월 2일 뉴욕의 폭스뉴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터커 칼슨과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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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미 대선 직후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 "개표기를 조작해 트럼프를 떨어트렸다"는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방송에서 전파했다. 칼슨은 폭스뉴스가 미국 내 시청률 1위 방송을 달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같은 과도한 정치적 발언으로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다가 지난 18일 폭스뉴스가 '개표기 조작' 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개표기 업체 도미니언에 7억8750만 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칼슨의 거취가 결정됐다는 후문이 나온다. "언론 보도와 관련한 명예훼손 소송 배상액 중 역대 최대"라는 불명예를 진 폭스뉴스가 배상 합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를 내쳤기 때문이다.

특히 천문학적 배상을 하게 된 이번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칼슨이 폭스뉴스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이 회사 측에 알려지면서 '괘씸죄'로 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스뉴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칼슨이 법원에 출석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맹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해당 발언은 법원의 공식 기록에선 편집됐으나 이런 사실이 경영진의 귀에 들어가 결국 해임됐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24일 이번 계약해지와 관련해 "칼슨이 사회자로서 폭스뉴스에 봉사한 것에 감사한다"고만 짧게 입장을 밝혔다. 칼슨의 공식 입장이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그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고, 당일에야 해고 사실을 알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LA타임스는 이번 결정에는 폭스뉴스를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을 비롯해, 머독의 장남인 라클란 폭스뉴스 회장 등 수뇌부가 간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선 출마자들이 속속 링에 오르는 상황에서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칼슨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칼슨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한때 케이블뉴스 사상 최다 평균 시청자 수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연봉도 2000만 달러(약 267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적도 있다.

그런데 친(親)트럼프를 자처하던 칼슨이 정작 법원에선 트럼프를 맹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슨이 "나는 트럼프를 격렬하게 싫어한다"며 "그의 재임 기간은 '대참사'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항마로 나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그를 선거에 적극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미 보수주의자들은 칼슨에게 대선 출마까지 권유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칼슨은 오는 7월 아이오와주(州)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행사 '패밀리 리더십 서밋'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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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지지자들이 2022년 5월 24일 TV 진행자 터커 칼슨의 방송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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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칼슨은 성추문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폭스뉴스 제작자 출신인 애비 그로스버그가 "칼슨은 여성 혐오적인 직장 문화를 주도했다"며 칼슨을 상대로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WP는 그로스버그가 지난 3월 소송에서 "칼슨과 일한 첫날, 그의 작업 공간이 수영복 차림의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형사진으로 장식돼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로스버그는 CNN에 "칼슨의 성희롱이 너무 심해 한 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었다"고 전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칼슨은 미시간 주지사 후보 여성 두 명 중 누구와 성관계를 갖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직원들을 상대로 두 번이나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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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커 칼슨의 해고 사실을 홈페이지 상단에 게재한 워싱턴포스트(WP).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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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발언" CNN 간판앵커도 해고



이날 17년간 CNN에서 일한 간판 앵커 돈 레몬(57)도 비슷한 이유로 해고됐다. 지난 2월 레몬은 공화당 대선주자 경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미국대사의 '75세 이상의 정치인 정신 능력 검사 의무화' 발언을 비판하던 중 "여성은 20~30대, 혹은 40대가 전성기"라고 해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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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간판앵커였던 돈 레몬(사진)이 성차별적 발언이 계기가 돼 CNN에서 해고됐다고 24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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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레몬은 "타인에게 상처 주려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면서 사과했지만, 크리스 릭트 CNN 최고경영자(CEO)가 "조직에 큰 상처를 입혔다"면서 분노를 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몬의 성차별적 발언이 CNN 경영진의 결정에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전했다.

레몬 역시 칼슨과 마찬가지로 계약 종료 사실을 CNN이 이날 오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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