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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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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심장 안 열고 새 판막 삽입…맞춤형 TAVI 치료 이정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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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탐방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허벅지 동맥에 카테터 넣어 시술

최소침습적 치료 1시간이면 끝나

합병증 가능성 적고 회복도 빨라

중앙일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최소침습적인 타비(TAVI) 치료로 가슴을 열지 않고 고장 난 판막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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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판막 질환이 고령화 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장에서 혈액을 펌프질할 때 열리고 닫히는 문(판막)이 노화로 딱딱하게 굳으면서 고장 나 혈액의 흐름이 감소한다. 하루에 약 10만 번 이상 열리고 닫히는 대동맥 판막이 노화로 석회화하면 심장이 더 강하게 수축하다 과부하를 초래한다. 결국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의 증상을 겪는다. 요즘엔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을 멈춘 후 심장 판막을 고치거나 기계 판막으로 교체하는 대신 가늘고 기다란 의료용 카테터를 이용해 허벅지 동맥을 통해 심장에 소·돼지 등의 심막을 활용한 생체 재질의 인공 판막을 넣는 비수술적 치료법인 경피적 대동맥판 삽입술(TAVI·타비)로 치료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타비 치료 등 고난도 심혈관 중재 시술의 세계적 권위자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러 방식의 타비 치료를 임상에 선도적으로 적용하면서 최적의 인공 판막 선택 기준을 확립하면서 타비 치료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 타비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는 국내 시판 중인 3종류의 인공 판막을 환자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한다. 김 교수는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른 심장 혈관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한 맞춤형 타비 치료로 재수술 없이 남은 평생 지내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적의 인공 판막 선택 기준 확립



평생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판막은 노화로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주로 나이가 들면서 신체 노화로 대동맥 판막이 점점 두꺼워지고 칼슘이 들러붙어 석회화로 딱딱하게 변하는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다. 김 교수는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한 대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온몸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호흡곤란, 가슴 통증,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신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심장 판막 질환의 3대 징후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근본적 치료는 병든 판막을 대신할 새로운 판막을 넣는 것이다. 기존엔 새 판막을 넣으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추게 한 뒤 수술했다. 그런데 고령자나 심장·콩팥 등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수술 위험도와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도가 높아 수술이 어려웠다. 타비 치료는 이렇게 수술적 접근이 어려운 고위험군을 위한 유일한 치료법으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평균 수명이 늘면서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타비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심장을 열지 않는 최소침습적 치료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작고 시술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고 회복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65세 이상부터 타비 치료 권고



최소침습적인 타비 치료는 미래 잠재력이 높다. 임상 현장에서 타비 치료에 사용하는 인공 판막의 장기 내구성을 확인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심장 판막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교수는 “타비 치료를 10년 이상 경험하는 동안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쌓이면서 이제는 초기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타비 치료가 고령층뿐 아니라 저위험군 환자에게서도 수술만큼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타비 치료를 받은 그룹이 개흉 수술군보다 치료 1년 후 뇌졸중 발생률, 재입원율 등이 낮았다. 이를 근거로 2020년 미국 심장학회 등 국제 학회를 중심으로 심장 판막 치료 가이드라인 역시 75세 이상은 퍼스트 옵션으로 타비 치료를 권고한다. 비교적 젊은 65~75세 연령층도 타비 치료를 대동맥판막치환술과 동등하게 우선 권고(Class1)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서 타비 치료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타비 치료에 쓰는 생체 재질의 인공 판막 역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타비 치료 후 다른 심장 질환으로 치료받을 때를 감안한 심장 접근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타비 치료 대상군이 점점 어려지면서 주목하는 개념이다. 나이가 들면 심장 판막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심장 혈관 자체도 좁아진다. 김 교수는 “순서의 문제일 뿐 고령층은 노화로 심장 판막은 물론 심장 혈관까지 좁아지면서 심장 기능이 전체적으로 나빠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심장 중재 치료가 이뤄지는 두 부위가 가깝다는 점이다. 예컨대 타비 치료로 고장 난 심장 판막을 고쳤는데, 먼저 설치된 인공 판막 구조물로 좁아진 심장 혈관을 넓힐 스텐트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타비 치료 당시 이미 심장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치료를 받은 경우는 30%다. 타비 치료를 받은 후 스텐트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은 더 많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이런 점을 보완한 심장 혈관 위로 설치된 틀을 큼직하게 뚫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고안된 인공 판막을 활용해 심장 혈관 접근성을 높였다. 김 교수는 “국내 타비 치료 수준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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