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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르포] 40분이면 쓰레기가 돈으로…“플라스틱 순환체계 함께 만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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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지분투자·협력한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둘러보니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생산

“재활용 생태계·문화 조성에 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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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이 회수·압축한 폐페트병 더미(왼쪽)와 최종 생산품인 리사이클링 플레이크. [김은희 기자, 수퍼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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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화성)=김은희 기자] 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는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이었다. 디귿(ㄷ) 모양의 건물 중앙으로 조성된 작은 숲 덕분이다.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버려진 모과나무, 수양벚나무 등이 이곳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투명 페트병을 고품질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재사용하는, 수퍼빈이 추구하는 순환 경제의 가치와 맞닿아 있는 공간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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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 공장 중앙으로 작은 숲이 조성돼 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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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 폐페트병 더미가 쌓여 있는 모습.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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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들어서자 전국 곳곳에서 모인 폐페트병이 가득 쌓여 있었다. 폐페트병은 수퍼빈이 인공지능 회수로봇 ‘네프론’과 대면 회수 서비스를 통해 직접 회수·압축해 보관하고 있다. 약 2만5000개의 페트병이 압축된 더미(베일)는 무게만 500㎏에 달한다. 이 더미를 분리기(브레이커)에 투입하는 것으로 아이엠팩토리의 재활용 공정은 시작된다.

먼저 베일 브레이커는 강한 진동으로 페트병을 낱개로 분리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며 분리된 페트병은 3차에 걸친 선별작업에 들어간다.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라벨 등 이물질을 인식해 가려내도록 했다. 폐기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퍼빈이 직접 개발한 시스템이다.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골라내야 했던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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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서 폐페트병을 분리·선별하고 있는 모습.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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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서 폐페트병을 수분 분쇄하고 있는 모습.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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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된 투명 페트병은 10㎜ 미만의 작은 조각으로 분쇄된다. 이때 수분을 공급하는데 이는 일차적인 세척과 함께 페트와 뚜껑·고리 등 이물질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플라스틱 소재라도 페트(PET)는 물에 가라앉고 폴리에틸렌(PE)은 물에 뜨는 원리를 활용했다. 물에 뜬 뚜껑·고리 등을 걸러내면 투명 리사이클 페트 플레이크만 남게 된다. 아이엠팩토리가 만드는 최종 생산품이 바로 이 플레이크다.

완성된 플레이크에 바람을 가해 먼지 등을 제거하고 나면 본격적인 세척작업이 시작된다. 90℃ 이상의 뜨거운 물로 네 번 씻어낸다. 헹구고 탈수하고 진동을 통해 이물질을 분리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남아 있는 이물질을 모두 제거해 깨끗한 상품으로 만든다고 현장 관계자는 강조했다.

세척이 끝나면 수분을 0.5% 이하로 떨어뜨리도록 두 차례 건조한다. 이어 금속선별기와 물질선별기(광학)로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나 금속이 들어있지 않은지 최종 확인한다. 고품질 플레이크를 생산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다. 플레이크를 600㎏씩 수퍼빈 백에 담아내면 새로운 페트병 또는 섬유의 원료로 활용될 준비는 끝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쓰레기가 돈이 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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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서 한 작업자가 세척기에 페트 플레이크를 공급하는 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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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 재활용 페트 플레이크가 놓여 있는 모습.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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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은 AI 기술을 활용해 페트병, 캔 등 재활용 폐기물을 회수하는 로봇 ‘네프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전국에 네프론 820대를 보급해 폐기물을 회수하고 있다. 수퍼빈은 이번 아이엠팩토리 준공을 통해 수집한 폐기물을 소재화하는 공정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소재화 공정에도 AI 기술을 적용해 페트 플레이크를 고품질화했다. 수퍼빈은 페트 플레이크를 수출할 계획이다.

수퍼빈의 이러한 플라스틱 자원 순환체계 구축 행보에는 SK지오센트릭이 함께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55억원을 지분 투자하고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수퍼빈과 협력하고 있다. 물리적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수퍼빈과 사업 방향성에서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폐플라스틱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지향점이 같다고 보고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은 네프론이 수거하지 못하는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물리적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이미 확보했으며 이를 활용해 오는 2025년까지 울산에 종합 재활용 단지 ARC(어드밴스드 리사이클링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종혁 SK지오센트릭 그린사업개발실 부사장은 “수퍼빈이 지금은 페트병과 캔만 수거하지만 PP나 PE 등 다른 플라스틱 소재로 수거 대상을 확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향후 사업에서도 협업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하고 관련 문화를 선도하는 측면에서도 수퍼빈과 협력해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준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참석해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창출의 중요성에 힘을 실었다. 한 총리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발표된 만큼 민간이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테크를 활용해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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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 재활용 페트 플레이크 등이 전시돼 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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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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