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기준 세수 전년대비 24조원 감소
소득세(7.1조원) 이어 법인세(6.8조원)도 대폭 줄어
정부 ‘상저하고’ 경기 흐름에 하반기 회복 기대
[123RF]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올 들어 3월까지 걷힌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조원이 줄었다.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법인세만 약 7조원이 줄었다. 올 들어 사상 최대 세수 감소 폭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하반기에 부족분을 일정 부분 만회할 가능성은 있다. 연간 세수 부족 규모는 이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어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추진할지는 아직은 유동적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3월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4조원(21.6%) 줄어든 규모다. 1∼3월 세수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전체 예상 세수 가운데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도 21.7%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3월보다 6.4%포인트 낮고, 최근 5년 평균 진도율(26.4%)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기업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세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중심으로 소득세가 지난해보다 7조1000억원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면서 법인세는 6조8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는 대부분 분납을 하는 때문에 4, 5월에도 더 들어오지만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결손’이 전망된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해 예상한 시점보다 경기가 빨리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성장세가 크게 꺾여 법인세를 105조원까지 걷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거래세도 3월까지 1조2000억원이 걷혀 지난해(2조원)의 60% 수준에 그쳤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 시장 침체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6000억원 덜 걷혔다. 올 들어서도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계속되면서 교통세는 1년 전보다 6000억원 감소했다.
지속되는 세수 부진에 정부는 올해 세수를 다시 추계하기로 했다. 정 정책관은 “상황이 상당히 녹록지 않으니 내부적으로 재추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추정해볼 수 있는 올해 세수 펑크 규모는 28조6000억원이다. 4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8000억원)을 걷는다고 가정하면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올해 세출 예산을 편성할 당시 잡은 세입 예산인 40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28조6000억원이 부족한, 이른바 세수 ‘펑크’가 발생한다는 의미한다.
민간 금융권에서는 과거 추경 편성 규모를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최대 30조원 가량의 추경 편성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 편성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전혀 없다"며 “기금 여유자금이나 세계잉여금을 세입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자금 집행 상황도 봐야 한다. 예산 편성된 범위 내에서 우선 대응할 수 있는 자금집행을 먼저 대응하고, 도저히 여의치 않으면 국회에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하반기부터 반대의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
상저하고 흐름에 따라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서 세수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 하반기에 세수가 작년 대비 더 걷히면 상반기 부족분을 일정 부분 채워 연간 세수 펑크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기대할 수 있는 세목이 양도소득세나 증권거래세 등 자산세다. 경기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이면서 자산세수를 견인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하락폭이 줄어들면 양도소득세 감소폭이 줄어든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작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경기 회복은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목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세금이 상저하고로 걷힌 것도 하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하반기에 세금이 많이 걷히지 않았으므로 올해 하반기는 상대적으로 세금이 더 걷힌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세수 부족으로 정부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세입·세출 간 ‘미스매치’가 올해 들어 지속되면서 추경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선 기존의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논의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며 “지금은 기존 예산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수 재추계 역시 추경을 위한 작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장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먼저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우선순위인 세계잉여금, 기금여유자금 등에서 재원을 먼저 점진적으로 사용하면서 추경 기간을 최대한 뒤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세계잉여금 9조1000억원인 가운데 국가재정법에 따라서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 상환, 채무상환 및 세입이입에 6조원이 쓰일 경우 나머지 약 3조1000억원의 여유 자금이 생긴다. 단기적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은행 차입금도 3월말 기준 31조원의 잔액이 남아있는 만큼 한도인 50조원까지는 여유가 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th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