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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연령대 안 가리는 ‘집착’… 스토킹 범죄 41%가 40·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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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2022년 나이별 통계

1만37명 검거… 20~50대 고루 분포

중년층 비율 20·30대와 차이 없어

성별로 보면 男 81.5%로 女 압도

피해자 20대, 25.8%로 가장 많아

“가해자 침입 대비 주거·보안 강화”

#. 자신을 도와준 여성 변호사의 근무지를 찾아가 직접 들고 온 기름통 사진을 찍고 “안 만나주면 불을 지르겠다”고 한 40대 남성 A씨는 지난 1월 스토킹범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계속된 스토킹은 손편지 고백을 포함해 총 42차례에 걸친 연락 시도와 4차례의 사무실 방문, 방화 및 살해 협박으로 수위를 높여갔다. 피해 변호사는 이 때문에 휴직까지 해야 했다.

지난달에는 여성 동료를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남성 공무원 B(45)씨가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씨가 “결별 이후 지속적인 스토킹과 망상적 사고로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결별을 통보한 내연녀의 집과 직장에 찾아가고, 경찰 행세까지 하며 집 안에 들어가 흉기를 들고 협박한 남성 C(46)씨도 지난달 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젊은층에서 스토킹범죄가 빈발하리라는 통념과 달리 피의자 남성의 집착은 나잇대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에 붙잡힌 스토킹 피의자의 연령대는 청년층과 중년층이 비슷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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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총 1만37명이다. 연령별 통계에서 20∼50대는 각각 20%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중년에 해당하는 40·50대가 전체의 40.8%를 차지했는데, 이는 20·30대(42.4%)와 별반 다르지 않다. 60대 이상 스토킹 피의자도 12.4%에 달했다.

스토킹 피의자 성별은 남성이 81.5%로 압도적이었고,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81.2%로 확연히 성별화됐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는 피의자와 비슷한 총 1만547명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연령대는 20대가 25.8%로 가장 많았고 40대 21.9%, 30대 20.6%, 50대 15.8%, 60대 이상이 8.1% 순으로 나타나 피의자 연령대와 엇비슷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기획관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중년층의 스토킹 피의자 비율이 작지 않은 데 대해 “스토킹을 ‘열렬한 구애’로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실제로는 다양한 관계에서 일어난다”며 “최근 초혼 연령이 올라가고 비혼 인구가 증가하는 등 중년층에서도 교제가 늘어나다 보니 결별 통보 등에 격분해서 저지르는 스토킹이 많아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청은 여성가족부와 스토킹범죄 피해자 안전 보호·지원 및 예방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달 시작하는 스토킹 피해자 긴급주거지원 시범사업은 ‘임시숙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임대주택’을 활용해 개별 거주 방식으로 주거 시설을 지원하고, 가해자의 침입 가능성에 대비해 보안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다.

경찰청은 스토킹 피해자가 위급상황 시 주거 지원시설 내 비상벨을 통해 신고하면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등 안전조치를 적극 실시할 방침이다. 스토킹 피해자가 거주 중인 시설 주변 순찰도 강화한다. 여가부는 이달 말까지 긴급주거지원 6개소, 임대주택 주거지원 1개소, 치료회복 프로그램 6개소 등 시범사업 운영기관 2차 공모를 실시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경찰 112와 여성긴급전화(1366)를 연계해 신고 초기부터 스토킹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안내, 지원한다. 스토킹과 교제폭력 등 보복범죄 위험이 현저한 고위험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 경호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정지혜·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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